소처럼 일하던 사람을 여럿 잃고서야 일터를 고친다. 영정 앞 굳었던 약속은 금세 흐지부지되기 일쑤여서 오늘 산 사람들은 어제 죽은 자의 일터에서 분초를 다툰다. 퇴근을 미루고 끼니를 미루고 여름휴가를 미뤄 가며 밥을 번다. 닮은꼴 죽음이 잇따랐다. 일터를 바꾸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길에 선 사람들이, 고개 숙여 명복을 비는 것으로 말을 시작한다. 어느 하나 새롭지도 않은 것이었으니, 마스크 너머로 말이 자주 험했다. 시선이 자주 높고 먼 곳을 향했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복기하느라 현수막 잡고 오래 섰던 사람 앞으로 그 사연 받아치느라 노트북 끼고 앞자리 앉았던 사람들이 빙 둘러섰다. 눈 벌건 유가족이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갠 채 쏟아지던 질문과 카메라 세례를 견뎠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지만 용케도, 아니 늘 그렇듯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 택배회사 본사 건물 앞으로 갖은 이름 택배차가 분주히 지났다. 손수레 구르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어떤 과로사를 곱씹던 그 길옆으로 밥벌이 잰걸음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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