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만 늘리는 나쁜 일자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014년 도입한 고용형태 공시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규직·비정규직·간접고용 규모 공개를 기업 자율에 맡기다 보니 사실과 다른 거짓 공시가 많다는 비판 때문이다. 부정 공시를 막기 위해 기업 외부 전문가가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은 “고용형태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인 외부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관리진단보고서를 함께 공시해 운영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300명 이상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직접고용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속 외 노동자수를 매년 3월31일 상황을 기준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소속 정규직·기간제·단시간 노동자수를 성별로 구분해 기입한다. 사업장 내 파견·용역·도급계약에 따라 일하는 노동자는 ‘소속 외 노동자’로 구분해 명시한다. 올해는 제도 도입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공시율 100%를 기록했다.

올해 처음 공시율 100% 기록,
그러나 진위 여부는 해당 기업만 알아


문제는 공시율이 아니라 공시의 진위 여부다. 기업이 사실과 다르게 공시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2017년 소속 외 노동자수를 1천652명으로 공시했지만,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자는 무려 5천378명이었다. 무려 3배 차이가 난다.

올해 공시 결과도 비슷하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소속 외 노동자수를 3천39명으로 신고했다. 현대모비스는 “생산 전문사체제 도입으로 사업장 내 생산 관련 사내도급 인원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노조는 “사내하청 인력은 최소 5천명 이상”이라고 말한다. 노사 간 주장에 차이가 있지만 검증 장치가 없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송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형태 현황을 외부 전문가(공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관리진단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근로감독관이 3천500개 넘는 공시 대상 기업을 일일이 조사하기에는 업무 과부하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공시 기업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반대하는 노동부
“자율적 기업 고용구조 개선 취지와 맞지 않아”


20대 국회에서도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환노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당시 환노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관리진단 보고서를 공시할 경우 신뢰성을 담보하고, 미공시 기업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로 공시의 실효성을 확보해 고용형태 공시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노동부는 부정적이다. 노동부는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 노력을 촉진하는 법 취지와 맞지 않고 외부 공인노무사에 의뢰할 경우 기업에 추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부정 공시 처벌 여부를 판단하려면 상당한 행정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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