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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묻는다이종성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교육선전부장
▲ 이종성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교육선전부장

나는 노조 활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 초반 간부다. 1일 아침 7시,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조합원들과 충남에서 서울까지 올라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오전 10시30분에 총리공관에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노사정 합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합의문은 어디 있는지, 어느 단위에서 그 합의를 승인해서 위원장이 참석하는지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주변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찾으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정보와 과정이 깜깜이였다.

직접 듣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위원장은 “참관인이 있으면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참관인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우리는 회의 참관이 조합원의 권리라고 요구했지만, 위원장은 이날 끝내 회의를 열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 이것이 다수 언론이 ‘강경파가 막아 15분 전에 취소된 노사정 협약식’의 실체다.

협약식은 취소됐지만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열어 합의안 찬반을 묻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결정한다고 했다가 합의 반대가 절반을 넘으니 결정기구를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중앙집행위는 산별·지역본부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결기구이며,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500명당 1명을 기준으로 선출한 대의원 1천500여명이 참여하는 의결기구다. 대의원대회가 중앙집행위보다 훨씬 대표성 높은 의결기구인 만큼 중요한 사안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위원장이 이 사안을 넓게 토론하고 결정하고자 했다면, 합의 초안이 만들어진 지난달 26일에 곧바로 내용을 공유하고 대의원대회 날짜를 잡아 토론을 시작했어야 한다. 그러나 합의문 내용은 한참 지난 8일에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절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합의문은 기업과 자본에 아무런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합의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경제위기마다 자본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임금삭감·복지축소 등 노동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한다. 자본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내가 일하는 자동차산업만 해도 벌써 산업구조의 변화가 시작돼 회사가 유휴인력을 얘기하며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기업에 벌써 200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고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고,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뿐인 합의문이 공염불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터에서는 이미 해고와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매달 실업급여 신청자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내가 속한 금속노조에서도 여러 사업장의 직장폐쇄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시기,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언뿐인 합의문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이 합의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가? 회사의 임금삭감과 구조조정 시도에 맞선 조합원의 무기가 될 수 있는가?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회사에 맞서 싸울 때, 우리에게 정당성을 쥐어 줄 내용인가?

김명환 위원장은 2017년 선거 당시 ‘믿는다, 민주노총’을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위원장이 믿는 민주노총에 조합원은 없는가? 반대하는 목소리를 ‘반대를 위한 반대’ ‘일부 세력의 반대’라 여기지 말고 함께 토론하길 바란다. 이제라도 조합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김명환 위원장의 민주노총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이종성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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