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하나은행 노동자 23명의 징계 수위가 경징계로 완화됐다.

8일 하나은행과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고 DLF 판매 노동자 징계안을 재심의해 견책을 경고로 완화했다. 이로써 DLF를 판매한 하나은행 노동자 180명 모두 경고처분을 받게 됐다. 중징계인 견책은 승진을 포함한 인사와 급여 등에 불이익을 받는 반면, 경고는 주의를 촉구하는 상징적 수준의 징계다.

“판매 노동자 중징계, 경영진 책임회피용 꼼수”

징계를 낮춘 배경은 우리은행과의 형평성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함께 DLF를 판매했다가 고객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힌 점이 인정돼 과태료 197억1천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판매 노동자에게 중징계를 내린 하나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은행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판매 노동자 170명에게 경고 처분만 했다. 우리은행보다 적은 과태료(167억8천만원)를 부과받은 하나은행과 대조적이다.

노조는 하나은행이 현장 판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용철 노조 부위원장은 “DLF 사태의 원인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사전에 하지 않고, 현장노동자에게 실적달성 확인서를 제출받는 등 경영진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탓”이라며 “현장 노동자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경영진이 DLF 사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하나은행은 DLF 판매를 시작한 2016년 DLF에 대한 리스크분석이나 교육조차 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상품위원회 승인도 없이 DLF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실적에 따라 직위 부여·박탈·등급조정 등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 책임 함영주 전 행장 금융당국 징계 반발 행정소송

이 같은 책임에도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은 금융당국이 징계를 하자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그러면서 은행 지시에 따라 상품을 판매한 노동자에게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부위원장은 “DLF 판매 책임을 판매 노동자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본인은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DLF는 주가와 주가지수를 비롯한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다. 국내에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2016년께 독일과 영국·미국의 국채 금리와 연동한 상품을 대량 판매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금(100%) 손실 가능성이 있고 초고위험상품이라는 판매에 불리한 내용을 감추고,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식의 긍정적 전망만 앞세웠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종적으로 4천12억원어치 펀드를 판매했다가 1천638억원(손실률 40.8%)의 손실을 냈다. 하나은행은 5월 말 기준 3천938억원어치 펀드를 판매해 2천796억원(손실률 71%)의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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