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구조조정 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석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정소희 기자>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우정실무원으로 일하는 박창근(30)씨는 하루 6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제 무기계약직 노동자다. 오후 2시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30분에 퇴근하는 터라 ‘투잡’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 입사한 그의 월급은 실수령액 기준 130만원 수준이다. 생활비·집세·학자금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한다.

박씨는 “일급제라 급여명세서를 받기 전까지 임금을 모른다”며 “우정사업본부에 지원할 때만 해도 먹고살 만큼은 받을 줄 알았다”고 탄식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는 ‘21년간 고객만족도평가(KCSI) 공공부문 1위’를 자랑하는데 이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라며 “국가기관이 저질 일자리를 만들지 말고 시민의 안정된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전국집배노조와 전국우편지부·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우체국물류지원단지부는 민주우정본부(준)로 통합을 준비 중이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8년 동안 근무했다는 우정실무원 김혜정(41)씨는 지난 3월 갑자기 근무시간 변경을 통보받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던 그는 지금 오후 2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 쌍둥이 엄마인 김씨는 “출산 일주일 전까지 일하며 헌신했는데 회사는 ‘인원을 감축하는 추세라 이 자리(오후 출근조)도 어렵게 마련했다’며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우정사업본부 자회사 노동자들도 노동조건 문제를 제기했다. 자회사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체국 미화·경비·기계관리 업무를 하고,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국내 우편물과 국제물류 운송을 맡는다. 박정석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장은 “최근 해운대수련원이 폐원해 10~20년 일하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났다”며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면서도 우정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하는 우리는 구조조정 0순위”라고 비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12월 ‘2020년도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시행계획’에서 우체국 통폐합과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를 중점과제로 내걸었다. 미국의 정규직 감원이나 영국의 우체국 폐국을 사례로 제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경영수지로 5천25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중원 민주우정본부(준)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국가 공기관이길 포기한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고용관계상 최약체인 비정규직, 기간제에 경영 책임이 모두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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