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22년 만에 양대 노총이 참여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타결 직전에 안타깝게도 무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사회적 합의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매우 유감이다.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의하며 ‘노동자 연대임금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등으로 지급해 실물경기와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고 일부는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원·하청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안이었다.

이는 이후 지난달 1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연대임금 교섭 및 상생연대기금 조성, 고용위기 사업장의 해고금지 및 임금인상 자제”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날 김동명 위원장 발언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공동근로복지기금 제안과 함께 노동계의 예상치 못한 ‘양보카드’로 해석돼 언론에 보도됐다. 양대 노총 위원장의 제안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교섭 국면을 한 발짝 진전시킨 계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비록 합의서 조인은 불발됐지만 양대 노총 포함 6개의 사회적 대화주체들이 가합의했던 사회적 대화 합의문에는 “사내(공동)근로복지기금 활용을 통한 협력업체 근로자 지원, 취약계층 지원 및 실업대책을 위한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자발적 기부”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노총의 ‘연대임금’ 주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다. 이는 사회적 대화 시작과 함께 촉발됐던 노동계발 ‘임금 동결’ 주장, 즉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해 비정규·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총고용 유지,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나서자’는 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동계의 사회연대 실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산업별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노동계가 임금을 동결하자”는 주장은 다소 불편하고 서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돌팔매 맞을 각오로 임금 동결’을 주장한 분들께 돌팔매질을 할 생각은 없었다. “사회연대는 생존전략”이라는 부산지하철노조의 외침에도 동의한다. 다만 기업별 노조 체제와 성숙되지 못한 사회적 대화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장은 그런 가능성이 낮아 이상적 상황만 기대할 수는 없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2020년 임단협 산별중앙교섭에서 임금 일부의 지역화폐 또는 온누리상품권 지급을 통한 소비진작과 임금 일부의 비정규직·하청노동자 상품권 지급을 통한 임금 나눔을 제안했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측도 이에 대해 일부 공감 및 동참 의사를 표시했다. 사회적 대화 합의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고, 그래서 합의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 무산에 따른 실망감과 허무함·배신감, 그리고 누군가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자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특고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한탄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사정 합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연대와 이를 위한 실천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 현장이 나서 실천하고 이를 통해 노동의 위기를 노동이 주체가 되는 기회로 바꿔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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