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중부케이블이 1일 전주센터 소속 직원 8명을 최대 120킬로미터 떨어진 사업장에 전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권고사직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가 전북 전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통합법인은 지난 4월30일 출범했다. 통합법인 SK브로드밴드는 고객센터 운영을 네 개 협력업체(원케이블솔루션·중부케이블·용인이천케이블·SM넷)에 맡기고 있다. 중부케이블은 전주·천안·아산·세종센터를 운영한다.

중부케이블은 5월11일부터 일주일 동안 “회사의 일감이 감소해 센터(지역)별 불균형적인 업무량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센터(지역) 간 인력 재배치를 위한 희망자 모집공고를 냈다. 지원자는 없었다. 중부케이블은 지난달 17일 인사를 강행했다. 전주센터에서 일하던 직원 8명은 아산센터(3명)·천안센터(3명)·세종센터(2명)로 각각 발령 났다.

노조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시간만 6시간이 걸리는 거리로 노동자들이 생활권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번 인사이동은 SK브로드밴드가 정부의 합병 승인 조건을 위반하고, 노조에 제시한 고용보장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1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승인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안정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후 SK브로드밴드는 지부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2022년 4월께 SK홈앤서비스 소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박장준 노조 조직국장은 “하청업체들이 노동자를 관리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문제는 원청의 수수료 지급체계와 영업구조·정책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그래서 정부가 합병 승인조건으로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을 요구했고 SK브로드밴드도 이에 응답했는데, 통합법인 출범 두 달도 안 돼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원청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측은 “협력업체에서 일어나는 인사문제는 경영권 침해가 될 수 있어 원청이 관여할 수 없다”며 “고객서비스에 차질을 겪는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북지노위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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