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사례1
6월27일 대구 달서구의 한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 5명 중 4명이 질식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2명이 사망했다.

#사례2
5월17일 서울 강남구 하수구 개량공사 현장 맨홀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추락했다. 현장에 있던 굴착기 기사가 구조하기 위해 맨홀로 들어갔으나 결국 질식해 숨졌다.

#사례3
4월9일 부산시 하수관로 공사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뒤따라 들어간 노동자 2명 또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지난 3개월간 연이어 발생한 밀폐작업 사망사고로 벌써 7명의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현실은 이러한 사망사고가 매년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95건이나 발생했다. 사상자는 150명이며, 사망자만 76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치명적인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 1.2%에 비해 40배나 높게 발생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는가.

이미 빈번한 밀폐작업 사망사고를 통해 표준안전수칙를 포함한 매뉴얼과 법·제도는 마련돼 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강화됐다. 안전보건공단에서도 환풍기·유해가스 측정기·송기마스크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하지만 밀폐작업 사망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생원인을 볼 때 너무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사고에서도 사고 발생 이후 밀폐공간 내 가스측정 결과 황화수소·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 수치가 허용농도를 수십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전 반드시 해야 할 공기질 측정을 포함한 혼합가스농도 측정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업 중에도 질식위험이 있기에 공기 유입을 하거나 송기마스크 같은 보호구를 착용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작업하다가 사고가 났다. 또한 작업자가 쓰러지거나 연락되지 않으면 감시자가 응급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조치는커녕 동료 작업자가 구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가 커졌다. 감시자 또한 배치되지 않았을 확률이 더욱 높다. 이렇듯 밀폐공간 작업시 사업주가 지켜야 할 표준안전수칙 중 제대로 지킨 것이 없다.

노동부는 지난 5월28일 밀폐공간 작업 중 황화수소로 인한 질식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8월까지 ‘질식재해 예방 집중감독 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오·폐수 처리장, 하수관(맨홀), 정화조 같은 취약시설·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대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부의 집중감독도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밀폐공간 작업은 임시·간헐적 작업이 많다. 하청업체나 일용직 노동자가 작업하기 때문에 사고가 더욱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올 상반기에만 발주처가 지방자치단체인 관급공사 현장에서 두 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밀폐작업 현장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 실태 파악과 처분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과 표준작업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업주와 노동자 인식개선과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조치해야 한다. 더불어 안전보건공단도 수동적인 방식이 아닌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장비 대여와 함께 밀폐작업 사망사고 예방지도·조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밀폐작업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사가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특별지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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