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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방송법 6조2항은 “방송은 성별ㆍ연령ㆍ직업ㆍ종교ㆍ신념ㆍ계층ㆍ지역ㆍ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같은 법 69조에서도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 공정성ㆍ공공성ㆍ다양성ㆍ균형성ㆍ사실성 등에 적합하도록 해야 하고”(1항),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각 분야의 사항이 균형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항)고 정하고 있다. 방송의 편성원칙상 방송프로그램 다양하고 균형 있는 사회의 조화를 지향할 것이 요구되며, 이는 방송프로그램 진행 역시 남녀 아나운서가 균형 있게 배치돼 다양성과 균형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당해사건의 차별진정이 제기됐던 2018년 기준 전국 16개 MBC 아나운서는 남성 37명과 여성 38명으로 아나운서 직군의 성비에 편중이 거의 없다. 그런데 구체적인 고용형태를 보면 정규직은 남성 31명, 여성은 11명에 불과한 반면 계약직 남성은 5명, 여성은 14명이고 프리랜서는 남성 1명, 여성은 무려 13명에 이른다. 아나운서 업무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음에도 정규직-비정규직 고용형태에서 성별 격차가 차별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아나운서 인력을 충원하고자 할 때 결원이 발생한 아나운서의 성별에 따라 모집공고의 고용형태가 달라졌다. 대전MBC는 1990년대 이전에는 남녀 아나운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가 이직하거나 관리직 승진 등으로 실제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할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정규직 모집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00년 남성 아나운서 충원이 필요한 시기에 정규직 채용공고로 남성이 선발된 이후 2002년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시점에는 계약직 모집공고를 시작하였고, 3명의 여성 계약직 아나운서가 채용됐다. 2006년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가 승진으로 관리직이 되고, 계약직 여성 아나운서 1인이 그만둬 2명의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시점에도 계약직 채용공고만 나왔고, 2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후 비정규직법이 도입되면서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시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하면 계약직 채용공고를 해 왔고, 그 결과 여성 아나운서는 모두 계약직이 됐다. 2년마다 반복해 계약직 채용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2014년부터는 프리랜서 채용공고를 통해 여성 아나운서는 계약직에서 프리랜서로 대체됐다. 즉 남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규직 채용공고를,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 채용공고를 통해 성별에서 고용형태별 격차가 형성돼 왔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기존 아나운서 결원으로 생긴 보직에 여성이 필요할 때는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할 때는 정규직으로 모집하는 등 이미 모집 단계에서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했다”며 “1990년대 이후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고, 비정규직은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라고 ‘성별을 이유로 고용형태를 달리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첫째, 모집 전 단계에서의 성차별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간 모집차별은 모집공고상 자격 기준이나 모집인원, 직무분리 또는 면접에서의 성희롱 또는 차별적 발언 등 공고 이후 응시자 간의 기준이나 적용상 성차별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모집차별은 이미 인력충원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주목한 사건이다. 둘째, 인권위 성차별 사건에서 위로금 지급권고를 한 첫 사건이다. 그간 인권위는 성희롱 사건에서는 손해배상액 지급을 결정한 바 있지만 성차별 사건에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위로금 인정은 고용형태를 달리한 누적적 차별 과정에서 불이익의 정도를 정확히 확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건에서 일정 정도 금전보상적 해법을 찾은 것이다. 법원처럼 과거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장래의 차별을 해소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자 한 선택이었으리라 본다.

셋째, 모집 전 단계에 고용형태를 달리함으로서 발생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다. 과거의 차별에 대한 금전적 환산 또는 차액지급은 분쟁을 열어 놓을 뿐 진정한 차별 해소방안이 될 수 없다. 정규직 전환을 통한 적극적인 차별시정 조치는 노사에 해법을 제시해 줌으로써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의 충돌을 보면서,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과거로부터 누적돼 온 차별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과거로부터 받아 온 차별을 보상하고 시정하는 방법은 무엇이 돼야 할지, 이번 인권위원회의 판단이 지혜로운 길을 찾는 하나의 좌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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