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게이츠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이 사업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자동차 부품업체 한국게이츠가 대구에 있는 공장을 닫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한국게이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지만 노동계는 “핑계”라고 비판했다. “노사정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다 같이 살아 보자며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외국자본들이 감염병을 기회 삼아 폐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게이츠 “사업 효율성 위한 구조조정 코로나19로 일정 앞당겨”

29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대구공장을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한국게이츠는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용 동력전달 고무벨트를 생산하는 업체다. 미국 게이츠가 지분 51%를, 일본 니타가 49%를 소유한 합작회사로 1989년 설립됐다. 직원은 150명 정도다.

한국게이츠는 폐업 통보 이유에 대해 “게이츠 본사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걸쳐 시행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이라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이츠 본사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 특히 대구공장이 주력으로 삼아온 자동차시장 내 사업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한국게이츠 직원 147명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노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한국게이츠의 2·3차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이번 폐업에 영향을 받는 인원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게이츠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노동계도 업계 경영난을 일부 수긍한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폐업을 한 곳은 없지만 휴업을 하는 사업장이 늘어나서 한 달에 절반 정도밖에 일하지 못한 회사 직원들이 생겼다”며 “조사 대상인 정규직 노조들이 휴업을 할 정도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들 중에는 일자리를 잃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위기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도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1차 협력업체에 사업 포기 공문을 보내 한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코로나19 타격 부인할 순 없지만 ‘기회’로 여기는 기업도 있어”

하지만 버틸 수 없는 수준이 아닌데도 일부 자본들이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폐업·해고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 악화로) 대구지역에 휴무를 하는 사업장도 많았는데 한국게이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경영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철수한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게이츠는 자동차 벨트뿐 아니라 산업용 벨트도 만들고 있어 다른 자동차부품 업체보다 타격이 크지 않다”며 “지난해에도 45억원 흑자를 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자본 철수를 준비해 오다가 코로나19를 핑계로 빠져 나가는 것 같다”며 “정작 힘든 기업들은 어떻게든 좀 버텨보려고 대출도 받고 하는 데 외국자본은 코로나19를 구조조정 기회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정부가 휴업 지원 등 임기응변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효력을 다하면 법의 미비점에 숨어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총고용 보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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