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지난 며칠간 터져 나온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은 ‘무엇이 더욱 공정한가’를 놓고 벌이는 담론 투쟁이라고 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4년째 진행 중이다. 그동안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감수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해 온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인천공항 논란은 단편적 사실과 오해가 겹쳐져 ‘이 정도 되면 불공정한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부추기는 사람들과 그 뒤의 반개혁 기운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정규직 전환에 관해 잡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환 과정의 과도한 평가절차나 공개채용 혼합으로 인한 전환인원 축소, 실질적 정년 단축, 경력산입 축소 같은 문제제기와 더불어 자회사 채용은 또 다른 용역업체가 아니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기존 정규직들은 성과급 등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느낀다. 컨트롤타워는 차치하고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주체가 없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니 인천공항 논란이 터졌을 때 마치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고용이 기준이고, 일부 근로조건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들이 생긴다.

결국 인천공항 논란은 공정성 논란과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편승해 반개혁 기운이 흘러들어 오는 사례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데 너희만 혜택받느냐’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운이 심화하면,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축소·보류하자는 의견까지 나올지 모른다. 이러한 반개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진행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진단·평가가 절실하다. 숫자에만 머무르는 통계가 아니라 기관별로 무엇이 쟁점이었고 어떤 직렬이 배제됐는지 평가해야 남은 과제를 산출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식은 정규직 전환뿐만 아니라 기존의 근로조건 보장, 노동 3권 보장 노력에 반개혁 역풍을 불어넣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전경련과 경총의 입법·정책 과제를 보면 ‘경제 위기’를 이유로 늘 주장하던 내용에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얹어서 종합적으로 강화했다. 코로나19 치료약이 개발돼도 상시적 전염병이니 경제 위기의 유탄이니 하면서 고용유연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재택근무를 시켜 보니 도급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관리부담은 덜하다는 이유로, 초과근로수당을 없애고 새로운 도급제 노동형태를 도입하자는 오도된 개혁이 추진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반개혁 기운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법률해석과 입법추진으로 맞서야 한다. 방향에 있어서도 이른바 ‘뉴 노멀’, 예를 들어 기본소득과 사회보험 강화와 같은 거시적 과제 논의는 바람직하고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올드 노멀’, 즉 병가·병휴직 도입과 임금 관련 알 권리 보장, 5명 미만 사업장 규율 강화, 기간제·파견 대상 업무 축소처럼 오래된 개혁과제들 역시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민변 노동위원회가 2020년 개혁입법 과제에 대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노동위 수요모임에서 논의하는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올해 들어 다른 변호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사건 많으시겠어요?”라고 물으면 이제 답하기조차 싫다.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임금체불과 무급휴직, 권고사직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소송까지 가지도 못하는 사건이 너무나 많은 탓이다. 과연 우리는 ‘올드 노멀’조차 제대로 확보했는지 의문이 가는 현재에서, 오래된 개혁과제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바람직한 형태의 ‘뉴 노멀’이 오리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못한다.

기형적인 ‘뉴 노멀’ 도래를 막고 수십 년간 느리게 구축해 온 현재의 노동권 보장 구조를 지켜 내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끊임없는 문제제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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