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

6월28일은 철도의 날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제 침략의 상징인 경인선 개통일을 기념하던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국 창설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바꾼 후 세 번째 철도의 날을 맞이한다. 그런데 철도산업과 철도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누구보다 즐거워야 할 철도노동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3년 동안 한국철도의 꿈과 희망은 희미해지고, 실망과 걱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 민족의 평화와 번영의 기관차가 되겠다는 꿈은 최근 합의 불이행에 따른 남북긴장 격화로 시련을 맞고 있다. 철도공공성 강화 희망 역시 대통령 공약인 철도통합 추진 중단으로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급증하는 대규모 적자에 대한 정부 대책 부재로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철도안전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꼭 필요한 노동시간단축 교대제 개편합의 이행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철도는 승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금까지 영업적자는 6천억원에 이르고 연말까지 무려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영업적자에도 한국철도는 총력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철도이용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국가기간교통수단으로서 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해외입국자 격리이송과 의료봉사자 무임수송 같은 국가방역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한국철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시설사용료 납부유예 말고는 없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정부가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을 이해 못할 바 없다. 이후 대책이 있다면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벌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40조원을 조성하면서도 국가의 기간산업 안정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철도연맹 조사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철도여객공사(Amtrak·국영)에 10억달러(약 1조2천269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프랑스는 국영철도공사(SNCF)에 약 30억유로(약 4조원), 독일은 독일철도(DB·국영)에 약 55억유로(약 7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보조금 지급은 물론 세금감면·국유화 등 철도에 대한 재정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과 너무 비교된다. 철도를 비롯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물론이고 2021년 예산안 관련 부처 제출 예산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니 의아스러울 정도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는 정부가 왜 코로나19 이후 철도를 비롯한 국가기간산업의 유지·발전 대책은 세우지 않는 건가.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 대륙철도 시대를 열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적자 급증 문제를 이렇게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코로나19 이후 운수산업에서 여객 수요가 줄어들고 개별교통으로 전환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철도교통이 지속가능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요금 부담보다 재정 부담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무구조를 바꿔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철도적자 대책은 뒤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철도노동자들은 코로나19 재난에도 공공서비스 의무를 다하는 철도와 국가기간산업에 공공서비스의무(PSO) 지원금 제도를 재난에도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철도의 날을 맞아 정부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다가올 대륙철도시대에 한국철도가 도약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21대 국회가 관련 법 개정과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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