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지원 대출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청인들에게 적립식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을 ‘끼워 팔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단체는 금융감독원에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과 조사를 요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힘겹게 경제적 위기를 이겨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공적 지위를 망각하고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금융정의연대는 하나은행이 ‘코로나19 대출’을 신청받는 과정에서 카드나 퇴직연금·적립식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을 함께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월 말 하나은행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대행과 관련해 관리자·실무자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는 “카드 미보유 고객에게는 당행계좌 신용·체크카드를 권유하는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출 시행과 관련해서 관리자가 실무자에게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실적을 채우라’는 취지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해당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대출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며 “은행의 ‘끼워 팔기’는 사실상 강압”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 고객은 실제로 코로나19 대출 자격과 본인 신용등급이 1등급임을 확인한 뒤 하나은행을 방문했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 이 단체는 “추가 상품 가입을 거절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부문 노사정이 맺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에는 사용자가 한시적으로 경영평가를 유보·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법 52조의2(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 등)는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 가입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융 약자들을 돕기 위해 실적 욕심에서 벗어나겠다며 공동선언까지 했던 은행이 뒤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고객들을 기만한 것은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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