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재입법에 나섰으나 내용은 여전히 국제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ILO 핵심협약의 비준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입법안은 여전히 노조 임원의 자격을 제한하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는 등 ILO 기본협약을 어기고 있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실업자와 해고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ILO 권고에 부합한 조치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노조 가입 자격을 법률로 제한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법원마저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제한은 노동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 임원 자격은 여전히 기업별 조합원으로 한정했다. 실업자나 해고자는 임원이 될 수 없어, 임원 자격을 노조 자율에 맡기라는 ILO의 권고를 위반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는 법령으로 노조 임원 자격을 기업별 조합원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노조에 부정적인 미국조차 실업자·해고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이들이 노조 임원이 될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마찬가지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입맛대로 사업장 내 교섭 노조를 정할 수 있다. 노조는 창구단일화에 참여해야 사용자와 교섭할 자격을 부여받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른 운영실태를 개선해 사용자와 노조의 자발적 교섭을 강조한 ILO의 권고에 반한 조치다. 국내 노동계는 줄곧 이 제도 폐지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번 재입법안에서도 이를 포함했다.

한편 ILO 기본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과 강제노동, 아동노동, 고용 및 직업상 차별 등 4개 분야 8개 협약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다가 105호 강제노동철폐협약을 제외한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협약·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29호 강제노동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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