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우리 마트노동자가 처음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던 2015년. 현장에서 일하는 언니들은 마치 자기가 최저임금위원이 된 것처럼 좋아했다. 이제 세상이 우리 마트아줌마들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 주겠구나. 이제 우리도 “반찬값이나 벌러 나왔지 않았느냐”는 소리 듣지 않고 월급다운 월급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6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트에서 일하는 우리는 여전히 최저임금 노동자다.

사람들은 그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이제 살기 나아지지 않았냐고 물어 본다. 시급 5천700원 받을 때도, 8천590원 받는 지금도 내 집 마련의 꿈도 꿀 수 없다.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이번에는 (보증금이) 안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른 최저임금으로는 우리 아이들한테 시장 통닭을 사주다가 ‘뿌링클’ 정도 주문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이야기하는 그들은 오늘 하루도 위태롭게 살아가는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알고 있기는 할까.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주유소에서 매일 기름 냄새 맡으면 일하는 50대 비정규 노동자. 그리고 온갖 갑질 속에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경비노동자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롯데마트 124개 매장 중에서 50여곳을 정리하겠다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재벌오너 중 가장 받은 보수를 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보수로만 172억4천만원을 받았고 배당금은 자그마치 247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시급으로 따지면 무려 687만원이다.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시급 8천590원의 800배다. 롯데가 지금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의 본질은 시급 687만원 받는 재벌오너 보수 주려고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 해고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는 더 가혹하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고임금 노동자보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직률이 10배나 더 높다. 수입 감소 피해도 비정규직이 더 크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히 특수고용직·아르바이트·일용직 노동자들의 소득은 너무나 많이 줄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민주노총 요구안이 너무 높다고, 코로나19에 민주노총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냐고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줬을까? 사용자·경총·재벌이 언제 임금 올려 주자고 먼저 이야기한 적 있었나? 최저임금은 먹고살 정도로만 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먹고살 정도의 삶만 살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최저임금 노동자들 역시 노동으로 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노동자인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건 너무 큰 꿈일까? 최저임금 노동자들 임금 깎고, 정규직 노동자 임금 동결하면 코로나19 극복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헛소리는 이제 그만 하시라. 적어도 그런 말 하려면 재벌이 쌓아 놓고 있는 수백조의 사내유보금부터 내놓고 하시라. 롯데재벌 오너는 최저임금의 800배를 가져갔다. 신세계가 최저임금 노동자인 이마트 노동자들의 대체휴무수당 떼어 먹은 게 600억원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재벌세상부터 바꿔야 한다.

이제 곧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된다.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노조에 가입조차 돼 있지 못한 비정규직·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목소리까지 전달해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을 요구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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