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5. 선고 2019가합532743 판결


1. 사건의 경위

원고들은 민주연합노조 조계종지부, 그리고 지부 소속 간부들이다. 피고는 대한불교조계종 및 관련 법인이다.

피고들 소속 종무원(종단 소속 재가자 근로자)들은 2018년 9월께 노조를 설립했다. 그 직후 조계종 소속 주요 기관들은 성명 내지는 입장문 형식으로 노조를 비방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나아가 조계종지부가 주장한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1년 가까이 불응했다.

한편 원고들은 종단의 생수판매 사업인 ‘감로수 사업’과 관련해 전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종단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를 3자에게 지급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원고들은 2019년 4월께 자승 스님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피고들은 원고들이 고발과 기자회견을 실시하자마자 원고들을 대기발령한 뒤 최종적으로 해고 내지는 정직 징계를 했다. 이에 원고들은 각 징계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하고, 나아가 노조에 대한 종단의 비방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원고들이 한 고발에 대해서는 소송 진행 도중 불기소처분이 나왔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들이 주장하는 각 징계사유의 정당성, 그리고 노조에 대한 비방행위가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다.

피고들이 주장하는 징계사유는 ① 허위 사실을 근거로 고발과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종단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는 점 ② 징계절차 진행 중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에 불응했다는 점 ③ 징계절차 도중 원고들이 소속된 노조가 부당대기발령 등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 등을 했다는 점이다.

3.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주장하는 각 징계사유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해고 내지는 정직 징계를 모두 무효라고 선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고들의 고발과 기자회견은 가사 이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내부고발로서 징계사유를 구성할 수 없다. 이 사건 고발과 기자회견에는 종단 사업의 투명한 운영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존재했고, 당시 원고들은 감로수 사업 담당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고발 사실을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사정이 존재했다.

피고는 고발과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종단 내부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은 귀책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한 자승 스님의 혐의는 종단 외부의 3자가 개입한 내용이었던 점, 조계종은 원고들에 대해 지속적인 비난의 의사표시를 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한 점 등을 감안할 경우 원고들은 내부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둘째, 징계절차 진행 중 경위서 제출을 거부한 것 역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징계절차 중 경위서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징계 과정에서 근로자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뿐, 본연의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거부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

셋째, 원고들이 대기발령 기간 중 노조 조합원으로서 항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정당한 조합활동의 일환으로서 징계사유를 구성할 수 없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조계종지부에 대한 피고들의 비방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원고 노조에게 손해배상할 것을 명했다.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발표한 성명문 중에는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내용, 단체교섭 요구 같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비방하는 내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징계 등 신분상 불이익의 의지를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지배·개입 의사까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근로자가 직장내 비위 사실을 외부적으로 공론화할 경우, 다수 사용자는 이를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징계사유를 주장한다. 한편 대법원은 공법인 소속 근로자가 회사 내부 비위 사실을 공론화한 것과 관련해 공법인은 법인 내·외부로부터 투명하게 감시·견제될 필요성이 있어 일반 사기업에서 이뤄진 공론화와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7누2528·2535 판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종교단체인 피고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 뒤 원고들의 고발과 기자회견을 정당한 내부고발의 일종으로 봤다. 타당한 법리적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은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보호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만으로는 기업 내 비리 등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근로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 내 비리를 공론화한 근로자에 대한 징계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상판결과 같이 공론화된 비리의 성격, 공론화 목적, 당해 근로자가 처한 객관적 상황을 판단해 최대한의 보호를 제공함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성명서·입장문 등을 통해 발표한 의사표시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사용자의 비방행위와 관련해 당해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 당해 표현이 이뤄진 상황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의사가 인정될 경우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등 참조).

실무상 사용자의 비방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사용자는 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정당한 견해 표명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조와 조합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시사하고, 신생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노조는 많지 않다.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원고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감안해 지배·개입 의사를 면밀히 판단한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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