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10명 중 2명은 근로계약 기간이 3개월을 넘지 못했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주민들의 갑질과 부당한 업무지시를 경비노동자가 참고 견디게 강제한다.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을지로위원회가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이 주관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경비노동자를 머슴으로 보거나 아니면 온정적 시각으로 아버지 같은 분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관계법에 따른 공식적 일자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문제는 한국 사회 대표적인 취약노동자 문제로, 다수 국민이 공동주택 입주민으로서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서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면서 노동의 가치 전반에 대한 사회 인식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아파트(공동주택) 경비노동자는 16만명으로 추산된다. 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15개 지역 3천388명을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방식은 입주민(입주자대표자회의) 직고용이 9.4%에 그치고 25.4%는 위탁관리회사에서 고용했다. 절반이 넘는 65.2%는 용역회사에 고용돼 있다. 업체가 바뀌면 74%는 대체로 고용이 승계됐지만 26%는 승계되지 않거나 전원 계약해지됐다. 근로계약기간은 3개월이 21.7%를 차지했다. 6개월은 8.7%, 1년은 63.7%, 2년은 5.9%였다. 근로계약 기간은 단기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 정책위원은 “통상 용역계약 기간이 1~2년인데 근로계약 기간을 3개월 등 단기로 설정해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업장 내 부당한 업무지시나 입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단기계약은 곧 해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비인격적 대우에도 참으며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요건에 비합리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사업장, 예컨대 1년 미만으로 하는 경우는 제외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추가 예산 소요 없이 아파트 단기계약 관행을 근절하자는 주장이다. 입주민 갑질 방지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입주민을 사용자에 준하는 자로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감시업무보다 관리업무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온 오영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입주민 갑질은 노동법으로 규율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오 과장은 “근로계약을 장기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다만 규제 강화가 경비원을 해고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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