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2일 아침, 스마트폰에서 포털 뉴스를 읽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발표 소식을 봤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즉 하청업체 소속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공사는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지난해 말부터 보안검색노조를 자문해 온 터라 관심을 갖고 읽었다. 언론은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소방대 211명과 야생동물통제 30명 등 241명만 직접고용하려 했으나 직접고용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너무 적다는 정부의 지적에 따라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접고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사가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 9천785명 중 2천143명을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는 3개 자회사에 고용해 3년 만에 정규직화를 마무리하고, 인천공항 60개 협력업체에 고용된 비정규 노동자들을 이달 중 모두 정규직화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는 내용이다. “공사는 다음달부터 보안검색 요원들에 대해 청원경찰 채용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까지도 공사는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고, 그 때문에 보안검색노조와 조합원들, 노동자들은 쪼개지고 서로 다퉈 왔던 것인데, 그걸 지켜봐 왔던 나로서는 공사가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2.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제로화’, 즉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대통령선거운동에서 내세웠던 공약이기도 했다.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 축소의 모범을 창출하겠다며 공약했던 것이다. 그 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기관마다 TF팀을 구성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 왔다. 그런데 그 추진 양상을 보면, 공공기관 직접고용은 드물었다. 비정규직, 즉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란 하청업체에서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인천공항공사에서도 그랬다. 이번 발표가 있기 전까지 공사는 약 1만명 중 200여명만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 소속 전환을 추진해 왔다. 사내하청 노동을 비정규직으로 보고, 그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 졸지에 사내하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서 그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 축소의 모범을 창출하겠다’는 공약의 이행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소속을 자회사로 전환시킨 모델 창출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러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를 모델로 따르게 된다면, 우리 노동현장에서 원청이 자회사를 설립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그 소속으로 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한 것이 된다. 이에 따라 그 노동자들이 다시 정규직화를 요구해 투쟁한다는 것조차도 어색하게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우리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재차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규직화를 요구해서 투쟁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3. 인천공항공사에서 이번에 직접고용 발표가 있기 전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비정규직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위 언론보도를 보더라도, 인천공항공사는 60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9천785명 중에서 공항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등 241명만 직접고용을 추진해 왔던 것이고, 나머지 모두는 자회사 소속 전환을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을 위해서 노사대표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서 논의해 왔다. 다른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내세워 공사는 자회사 방식을 밀어붙였던 것이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공사에서 고용을 유지할 방안으로 자회사 전환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은 끔찍했다. 비정규 노동자와 노조는 사용자인 공사만을 상대로 싸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비정규직끼리도 직접고용이냐 자회사냐를 두고서 싸워야 했다. 원칙과 현실을 내세운 주장들이 심각하게 투쟁했다. A와 B, C지구로 나뉘고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하나로 사용자 공사를 상대로 투쟁하기 어려웠다. 비정규직 사용이 문제인데도 엉뚱하게도 사용되는 비정규직의 문제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제인데도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문제인 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왜곡 추진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것은 인천공항공사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많은 공공기관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본적으론 사용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방식을 추진하면서 발생하게 된 일이다. 이번 언론보도를 읽다가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공항은 공공기관 전체 파견·용역 전환 노동자의 9.3%를 차지하는 단일기관으로는 최대 사업장”이라며 “그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겪었지만 직고용과 자회사 등을 통해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 1만명의 정규직화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까지 읽게 됐다. 이 부분에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번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회사 방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이라고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보안검색을 포함해 직접고용되지 아니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자회사 방식이 정규직화라며 선택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다.

4. 공공기관에서 직접고용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경우에 종종 해당 기관의 채용기준을 내세운다. 심지어 결격사유 같은 그 기준 미달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사내하청 소속으로 일을 할 때에는 전혀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다. 원청인 기관의 채용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없노라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속만 해당 공공기관으로 달리한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사용자가 문제 삼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사용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말한다면, 별도의 채용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채용절차를 거치더라도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실질적인 채용심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에 관한 보도에는 “인천공항공사는 다음달부터 보안검색요원들에 대해 청원경찰 채용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써 있다. 이에 따라 보안검색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절차가 진행될 것인데, 이를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원경찰 채용기준에 미달하는 노동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한 뜻만 있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뜻만 있다면, 그 문제는 해결의 방법으로 전환돼 그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5.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발표 소식에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던 당시 언론 기사를 찾아보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공식 현장 일정으로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각 부처는 올 하반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칙에 따라 올해 내 인천공항공사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한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이행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3년 전의 일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당시 대통령이 선언하고 지시한 대로 하고, 그에 따라 사용자가 이행하겠다고 한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간접고용을 포함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힌 대로, 자회사라는 간접고용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직접고용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공공기관에서 진행됐던 자회사 방식이 당초 선언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니, 이제라도 그 원칙을 확인해서 해야 할 일인 게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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