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인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사용자가 노조를 탄압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물론 기소율이 20% 수준으로 매우 낮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동자가 원한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가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아니, 노조가 노동자를 탄압한다고? 복수노조 시대에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복수노조가 아니라 단일노조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탄압을 당한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쫓겨났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일주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믿을 것인가.

가락시장 항운노조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가락시장의 A항운노조는 지난 2월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조를 해산했다.

노조 위원장은 35년간 단 2명. 첫 번째 위원장이 27년 종신집권을 했던 노조. 위원장이 조합비로 고급세단을 타고 운전기사까지 있었던 노조. 조합비 회계자료를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노조. 위원장의 친인척이 간부직을 독점하고, 그의 아들은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임금을 받아가던 노조.

그런 노조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조합원들은 “위원장을 내 손으로 뽑아보자”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했다. 그들은 조합원 과반수 서명을 받아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조합원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A항운노조 위원장은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조합원들과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을 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노조를 해산시켜 버렸다. 그러고는 노동자들에게 인근 항운노조인 B항운노조 가입을 요구했다. B항운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모두 작업권을 잃을 수 있다고 협박을 하면서 말이다. A항운노조에서 간부직으로 특권을 누리던 자들은 B항운노조에서도 동일한 직책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B항운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하역노동자들은 작업에서 배제됐다.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B항운노조는 언제는 노조가입이 열려있다고 홍보하더니,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자 가입을 막아 버렸다. 그렇게 약 30여명의 하역노동자가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심지어 B항운노조는 27명의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가락시장 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실제로 작업에서 배제돼 가락시장 내 다른 곳에서 알바를 하던 한 하역노동자는 갑작스럽게 “내일부터는 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만약 A항운노조와 B항운노조가 노조가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처벌을 받는 사용자였다면 어땠을까. A항운노조의 노조 해산은 위장폐업이 될 것이며, B항운노조가 노동자들을 작업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해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행위 모두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조합원 위에 군림한다면 노조의 존재가치가 있을까?. 대상이 회사라면 노동자들은 법적 구제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고용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노동자에게 회사보다 못한 노조. 촛불 정권에서 반드시 청산해야 할 노동적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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