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24일 방한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청와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청와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는 서둘러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22일 내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될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남북과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비화를 쏟아 냈다. 그는 책에서 “지난해 6월 말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 모두 북미 양자회동을 원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 한국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를 원했으나 북한에서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목도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단계라고 주장한 데에 “이는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고 비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북한이 아닌 자신이라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회고록에서 남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내용이 강경 매파 관점에서 공개된 데에 청와대는 발끈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정상 간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트파트였던 정의용 실장도 윤 수석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앞으로 협상에서 신의를 훼손하고 한미동맹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저녁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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