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조(위원장 남중웅)가 낸 설립신고서를 제출 시점을 문제 삼아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수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무색해졌다.

헌법재판소가 준 1년6개월 허송한 국회
국공립대교수노조 4월1일 설립신고서 제출


21일 노조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 9일 노조에 설립신고서를 반려한다고 통보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15년 4월 전국교수노조가 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동부가 “교원노조법에 따라 교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전국교수노조는 행정소송을 냈다. 반려통보취소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헌법재판소에 교수의 단결권을 보장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대학 교원에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의 유효기간을 2020년 3월31일까지로 정했다. 이날 이후 관련 조항은 무효가 된다. 법을 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국회는 책임을 방기했다. 지난 5월20일에서야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영해 교원노조법을 개정했다. 노동부는 6월9일 개정 교원노조법 시행을 공표했다.

관련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4월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된 6월9일 사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국공립대학교수노조는 4월1일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교수의 단결권을 제한한 교원노조법이 효력을 잃었으니 합법적 노조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설립신고서 제출 직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노동부는 신고접수 6일 후인 4월6일 노조 규약 중 현행법과 일치하지 않는 일부 내용에 대해 규약개정 보완요구를 했다. 노조는 규약을 개정하고 다음달 6일 노동부에 설립신고 보완 제출을 했다. 이때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은 보완 신고서 제출 후 3일 이내 신고증을 내주게 돼 있지만 노동부는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5월20일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반영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노동부는 6월9일 개정안을 공포했다.

노동부는 공포 당일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남중웅 위원장은 “설립신고서 최초 제출 후 노동부는 설립신고증 발부를 전제로 보완요구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노조와 소통했다”며 “그런데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자 입장을 바꿨고, 기존 신고서를 철회하고 다시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부가 입법 공백기간의 문제점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입법공백기간 설립신고 이유로 반려
“반려 처분 취소 요구하는 행정소송 준비”


노동부는 교원노조법 2조가 효력을 잃은 4월1일부터 개정안이 통과된 기간 사이에는 교원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설립신고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을 노조가 적법하게 설립한 시점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법이 없는 상황에서 설립한 노조에 신고서를 발급할 수 없었다”며 “관련 법에 따라 설립신고서에 미비점 등이 있으면 반드시 보완요구를 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 했던 것이지, 신고서 발급을 전제로 보완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노동부의 반려조치가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회의 법 개정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설립신고서를 내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반드시 반려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설립신고서를 내주지 않는 게 아니라 자기들 편하기 위해 개정 교원노조법 시행 이후에 다시 받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조만간 노동부에 설립신고서 반려에 대한 구체적 사유와 법적 근거를 묻고 답변을 요구할 방침이다. 답변내용이 불명확할 경우 반려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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