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상고하지 않으면 6년간의 소송은 이번 판결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후 서울고법(재판장 이창형)은 한화투자증권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노동자 해고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했다.

6년 넘게 노동위·법원서 ‘엎치락뒤치락’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긴박한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직원 350명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회사는 직원 300여명을 감원했고, 2014년 1월 추가로 34명을 선정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 중 27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나머지 7명은 신청하지 않아 정리해고 절차를 밟게 됐다. 회사는 해고자 7명을 포함해 구조조정한 인원이 350명이라고 주장했다. 해고자 윤아무개씨는 “2013년 구조조정 당시 회사가 300명 넘게 감원했을 것이라는 소문만 돌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350명이 목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후 7명에게 추가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해고된 7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노위에서는 회사쪽, 중노위는 노동자쪽 주장을 인용했다.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1·2심과 대법원 판결이 엇갈렸다. 1·2심 법원은 모두 사측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2017년 6월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또다시 같은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도 또다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날 서울고법 판결은 두 번째 파기환송심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해고자 7명 중 5명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을 포기했고, 나머지 2명은 재판을 이어 갔다.

판결에서는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 중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느냐’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잇따른 판결에서 “원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가 정리해고 전후로 다수의 직원·임원을 신규로 채용한 점, 정리해고 직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고위직으로 승진한 인원을 예년에 늘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리해고 무렵 전년도에 비해 5억원이나 많은 17억원 상당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점도 거론했다. 반면 서울고법은 “신규채용된 정규직 다수는 근무지가 지방이거나 업무의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대체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정리해고 당시 노사 간에 협의된 최종 감원목표에 해고된 7명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쟁이 됐다. 회사측은 구조조정한 인원이 350명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정리해고 당시 노사 간 협의된 최종 감원목표가 이미 달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한화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재벌과 소송전은 지는 게임, 노동법원 있었으면”

한화투자증권 부당해고 사건은 서울고법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인용하지 않아 관심을 받았다.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에서 사측 손을 들어주면서 노동자들은 대법원 승소 판결 이후로도 3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소송만 6년째 하고 있는 윤아무개씨는 “서울고법 재판관들이 친기업적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판사들도 대법관으로 승진이 안 되면 로펌을 가야 하니 저 같은 노동자보다 재벌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재벌과 약자인 노동자가 다투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회사는 소송에서 진다고 해도 밀린 급여를 주면 끝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소송에 목숨과 앞날과 경력이 걸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노동전문법원 제도 도입 같은 제도개선이 있으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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