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인력 재배치를 철회하고 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우정사업본부가 일선 우체국에 집배원 결원이 발생해도 ‘인력 재배치’를 이유로 충원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집배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 집배인력 재배치를 철회하고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을 폐기하라”고 우정사업본부에 요구했다.

집배인력 재배치는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별 필요 인력을 자체적으로 계산해 여유 인력이 있는 우체국 집배원을 인력이 부족한 우체국에 발령내는 것이다.

“인력재배치한다며 채용 소식 없어”

노조는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을 집배인력 재배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018년 감사원이 문제 있다고 지적한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두 시스템 모두 집배원이 하루 8시간 근무해 수행하는 업무량을 평가한다.

감사원은 2018년 10월 발표한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발 및 운영 부적정’ 보고서에서 “이 시스템은 집배원의 여유시간과 휴식시간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여 기존 시스템을 개선한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을 만들었다.

집배노조는 개선한 시스템도 현장의 업무강도를 평가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본다. 2018년 집배노조·우정노조·우정사업본부가 함께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인력산출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경북우정청이 이 시스템을 활용해 과충원 인력을 산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본지 6월16일자 5면 “경북우정청 집배원 구조조정 추진 의혹” 참조> 

경북우정청 내부 문건에는 “업무강도 기준으로 194명의 집배원이 과하게 배치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경북우정청은 노동자가 퇴직한 뒤 충원에 소극적이었다. 경북우정청이 올해 초 발표한 사업계획은 퇴직인력 40명분의 결원을 ‘검토인력’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퇴직 예정인원 40여명을 제때 충원하지 않고 사측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업무강도에 따라 재배치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인·전남우정청에서도 집배인력 결원이 발생했지만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 산출 결과에 근거해 충원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병일 노조 경인지역본부장은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3~4명의 집배원 충원이 필요한데 우체국에서 업무강도 평가를 근거로 충원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시스템을 이용해 산출한 결과로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를 공개하는 일도 있다.

최근 남울산우체국은 개인별 업무평가나 다름없는 ‘5월 집배원별 업무강도’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몇년째 업무강도 게시 중단을 요청하는데도 그대로”라며 “마치 학교 다닐 때 시험 등수를 게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우정노조 “인력재배치 철회 약속받아”

교섭대표노조인 우정노조도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와 논의해 인력재배치를 철회하기로 했고 인력충원에도 합의했다”며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 폐기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배노조는 “특수고용직 택배원이나 농어촌 소포전담 집배원같은 상시계약 집배원이 아닌 정규직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