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정유엽(17)군의 유가족과 정당·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고인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엽군 아버지 정성재씨와 어머니 이지연씨, 고 정유엽 사망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북 경산 사동고 3학년이던 유엽군은 지난 3월10일 비를 맞으며 동네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샀다. 그날 저녁 열이 올라 12일 오후 42도까지 치솟았다. 가까운 경산중앙병원을 찾아갔지만 고열환자는 병원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인 13일 경산중앙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었다. 증세가 갑자기 위독해져 대구 영남대의료원으로 옮겼지만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돼 검사만 수차례 받다가 결국 같은달 18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코로나19로 오진돼 부모는 자식의 마지막 가는 길도 볼 수 없었다.

아버지 정성재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남대병원이 코로나19 검사를 13번이나 하는 사이 아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며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지침을 준수한 결과는 참혹하고 암담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오인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아들은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가 잘못됐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엽군의 어머니는 운영하던 식당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라도 알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1~3월 우리나라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국에서 6%, 대구·경북지역에서 9~10% 증가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로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면서 죽음을 맞이한 경우로 추정된다. 유엽군처럼 코로나19로 의심을 받아 초기 병원 입원치료가 거부되거나 응급·수술·분만 과정에서 ‘비코로나 환자’에 대한 치료공백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대책위는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 정부가 정유엽군 사망사건의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사망 경위를 상세하게 조사해 당시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공백 문제를 총체적으로 확인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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