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공인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

“자본은 꿈을 담보로 희망이라는 모르핀을 주입해. 부는 부를 창궐하고 탐을 시험해. 부자는 가난조차 탐해 탐욕스럽게.”

요새 뜨는 BTS 슈가의 노래 <이상하지 않은가>에 나오는 가사다. 이런 가사를 듣다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떠오른다. 영종도에서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나는 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자회사를 통한 고용안정”으로 바뀌었을 뿐, 진정한 정규직이 됐는지 의문이 들었다.

최근 조직적인 탈퇴로 위기에 닥친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를 상담하게 됐다. 해당 노조는 공사가 직접고용을 약속했다가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직접고용될 때까지 자회사 임시편제를 선택한 노조다.

공사와 정규직노조는 “우리랑 하는 일이 달라! 직접고용 약속했지만 법적인 문제 때문에 안 돼! 자회사가 답이야!” 라는 입장이다. 공사 입장에 발맞춰 여러 개 노조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공사는 자회사 전환 협상을 한다면서 날마다 설명회를 했다. 그 결과 기존 노조인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에서는 집단탈퇴가 이어졌다. 관리자를 통한 부당노동행위도 도를 넘고 있다.

공사는 합의 요약문에 “임금 및 복리후생은 자회사 전환 절차를 완료한 노동자에 한해서 적용한다”고 공표했다. 자회사 임시편제를 선택한 노동자(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 조합원)를 차별대우할 것임을 명시했다. 자회사도 지난달 12일 “전환채용 전까지는 기존 협력사 급여를 적용한다. 전환채용 전까지는 신임금과 신복리후생제도 미적용. 이를 현장 직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내용으로 용역회사에 공문을 보냈다.

용역회사 행정팀장은 두 시간에 걸친 설명회를 통해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기존노조에 대해 “말 안 듣는 견종은 안락사시켜야 한다”며 노조를 와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압도적으로 가입해야 자회사 전환 협상이 된다”고도 했다. 다음날 행정차장은 입장문을 내고 “임시전환으로 차별대우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회사로 전환채용돼야 한다”며 협상권을 자신에게 위임해 달라고 했다. 4월 말에는 새 노조를 설립했다. 이들은 모두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또 기존노조 산하지부일 뿐인 C지부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규약 제정·조직변경 안건을 통과시켜 기업별 노조를 설립했다. 며칠 후 또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초기업 지역노조로 조직변경했다. 그러고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기 위해 지난달 1일 자회사로 전환채용되고 나흘 만에 자회사에 교섭요구를 했다. 자회사는 기존노조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교섭요구 사실을 기존노조에는 알리지 않았다. 참고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가 된 인천공항 2터미널과 1터미널은 차로 30분 거리다. 1터미널에서 활동하는 기존노조는 공고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결국 자회사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내용을 모른 채 기존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음달 1일자로 자회사에 임시편제되는 기존노조 조합원들은 “우리 노조가 교섭권이 없다고? 임시편제되면 불이익을 받을지도 몰라. 자회사 전환채용으로 가야 하나?”라는 혼란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공사와 자회사, 새로 생긴 노조들은 한목소리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자회사로 전환채용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누군가의 기획처럼 조직적 불이익 고지, 불안감 조성으로 노조 이탈, 복수노조 가입, 직접고용 포기, 자회사 전환으로 가고 있다. 이런 행위는 용역업체 계약만료일인 30일을 앞두고 일어나고 있다.

공사는 노노갈등이라며 구경꾼처럼 뒷짐만 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고용을 위해 임시편제를 선택한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고지하고 조직적으로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기획한 자는 누구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이 급감해 검색대원이 대부분 교육을 받는 민감한 시기다. “승객수가 줄었으니 해고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불안감을 조장한 자 누구인가.

다른 공공기관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정규직 희망고문’은 이번에도 뒤통수를 맞았다. 반복되는 이런 행태들,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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