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 화재참사의 원인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로 드러났다.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은 화재·폭발 위험이 있어 동시에 수행해서는 안 되지만 공사기간 단축을 이유로 무리하게 진행됐다.

15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화재 당일에는 평상시보다 두 배 많은 노동자가 작업에 투입됐는데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경찰은 지난 4월29일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가 저온창고 지하 2층에서 이뤄진 산소용접 작업에서 시작됐다고 봤다. 가연물·공기유동 등 연소 조건이 다른 곳보다 좋지 않음에도 심하게 탄 흔적이 발견됐고 타 버린 상태로 용접토치에 연결돼 있던 산소용기와 LP가스용기 밸브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저온창고 2층에서는 노동자 A씨가 실내기와 배관을 연결하던 산소용접 작업 중이었다. 인근에서 7명의 노동자가 벽면에 도포된 우레탄폼 마감 작업을 했다. 용접작업 중 튄 불티는 천장과 벽체 속 우레탄폼을 타고 확산했으며 화염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우레탄폼은 단열재로 주로 쓰이는데 화재에 취약하다.

작업 중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화기작업은 2인1조로 이뤄져야 하지만 1인 작업으로 진행됐고, 방화포 등 용접작업시 불꽃·불티가 날리는 것을 차단하는 비산방지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관리·감독자는 화재예방·피난 교육을 하지 않았고, 화재 감시인은 작업 현장을 비웠다.

회사가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발생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대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슬이 맺히는 결로 현상을 막겠다며 대피로를 차단했다.

경찰은 이런 중간수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 발생 원인과 인명피해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발주처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9명에게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됐던 공기단축과 관련해 주요 책임자를 집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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