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지회
한국도로공사가 지난달 직접고용한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고속도로에 자라난 잡초를 뽑거나 청소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안 환경정비 업무를 했지만 별도 안전조치는 없었다. 도로공사측은 “현장지원팀은 가드레일 안쪽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현장 상황은 달랐다.

15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지회는 “도로공사가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도로 수로청소, 고속도로 암거(물을 대거나 빼기 위해 땅속이나 구조물 밑으로 낸 도랑) 청소, 수풀 제거작업을 조합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차량이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 내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 주저앉아 잡초를 뽑았다. 낙석방지 철조망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해 갓길을 수시로 이동해야 했다.

노조 관계자는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안전모 하나에 의존해 일하고 있다”며 “암거 통로를 청소할 때 많은 먼지가 발생하는데도 분진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 중 일부는 이미 환경정비 업무를 하다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았다. 철조망으로 넘어 온 넝쿨을 자르기 위해 사다리에 올랐다가 낙상하거나 휴게공간 하나 없는 야외에서 일하다가 탈진한 경우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수행 중 발생한 피부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조합원도 있다”며 “도로공사는 야외 작업시 노출될 수 있는 질병인 파상풍·유행성 출혈열(신증후군 출혈열) 등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문제제기로 도로공사는 파상풍 예방접종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유행성 출혈열의 경우 개별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라고 공지했다. 유행성 출혈열은 들쥐 배설물로 감염되는 풍토병으로 치사율은 10~15%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장지원팀은 안전조치가 필요 없는 업무, 즉 가드레일 바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드레일 안쪽에서 작업을 하는 도로관리원들은 사이렌·안전차량 등을 배치해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드레일 안에서 업무를 지시했다면 해당 지사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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