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안을 의결할 수 있는 시한인 29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최저임금위는 예년보다 한참 늦은 11일에야 비로소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불안정성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최저임금은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사회적 안전장치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논의는 여러 의제에 밀려 미뤄지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관련 주장은 경총의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동결·삭감 또는 업종·규모별 차등적용뿐이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이 곧 임금의 전부였던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2017년 22%였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처음으로 2018년 10%대로 떨어졌고, 임금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도 4배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규모별 차등적용 주장, 위장 프리랜서 고용 같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각종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쪼개기 고용은 대표적인 최저임금 인상 회피방식이다.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4대 보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퇴직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노동시간을 쪼개는 이른바 ‘쪼개기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초단시간 고용으로 절약되는 인건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을 보장받는 월 15시간 이상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약 1만320원(8천590원×209/174)인 것과 달리 주휴수당을 보장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명목 최저임금액인 시간당 8천590원이 전부다. 이 사이에서 무려 16.7%의 임금격차가 발생한다. 청년유니온이 올여름, 편의점과 음식점·카페에서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무려 응답자의 52.7%가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여성일수록, 어릴수록 그 비율이 높아졌으며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15시간의 경계를 막론하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만연해 결론적으로 응답자의 78.9%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은 14.5시간으로 맺고 실제로는 초과근로를 시키는 치사한 꼼수도 발견됐다.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임금차별이 사실은 대부분의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2월 기준으로 96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해고 위험을 최전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쪼개기 고용은 노동시장 이중화를 넘어 다중화하고, 노동시장 주변부를 심화·양산하는 주범이다.

심화하고 있는 노동시장 분절화를 이제는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의 최저선만은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도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몫을 보장받아야 한다. 최저임금위에서는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몫을 최저임금에 통합한 시간당 1만320원을 시작점으로 협상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유급주휴일 조항을 삭제하면 주휴수당을 기본급화할 수 있다.

최저임금위에 간절히 바란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그 누구보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귀울여야 한다고. 이것이 우리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최저임금위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