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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참여 작가들
▲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소설가 황석영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들고나와 여러 언론 앞에 섰다. 한국일보는 지난 3일 23면에 “철탑에 많은 노동자 있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진다”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같은날 23면에 “조선 술 세서 늦잠, 지난 간담회 취소 … 이번 책은 노동자 4代 이야기 담았죠”라는 익살스런 제목을 달았다. 중앙일보도 이날 16면에 “1주일 전 출간간담회 펑크 죄송, 전날 탁주 때문에…”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황씨는 2일 간담회에서 “98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의 힘이 더욱 막강해지고 비정규직이 늘면서 노동문제는 사회 외곽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고 진단하면서 “김훈 작가가 ‘노동자의 죽음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글을 언론에 쓴 걸 보고 공감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황씨는 이번 소설이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후 산업노동자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황씨가 언급한 소설가 김훈은 지난달 4일 한겨레 1면과 5면에 ‘무서운 역병의 계절을 나며 나는 희망의 싹을 보았다’는 특별기고를 한 데 이어 같은달 14일에도 같은 신문에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를 기리며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란 기고를 냈다. 김씨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자격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겨레는 이를 ‘펜 대신 마이크 잡은 소설가’란 이름으로 사회면에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마이크 잡은 김씨의 얼굴사진도 실었다.

김씨는 “산업현장에서 해마다 노동자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팔다리를 잃는다. 역대 정부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돼서 석탄가루에 범벅이 되고 골수가 터져서 땅바닥에 흩어지는 이 무참한 죽음들의 개별적 구체성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 직후인 80년 8월 한국일보 7년차 기자 김훈은 전두환 장군을 찬양하는 기획기사를 썼다. 수많은 김훈 기자들이 깔아 놓은 꽃길을 걸어 전두환은 대통령이 됐다. 그로부터 9년 뒤 김훈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더러운 80년대’와 작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일보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그는 굶기도 전에 다시 언론사에 들어갔다. 그 뒤로도 여러 매체를 들락거렸다.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삶과 연결돼 있다. 작가 황석영씨는 2009년 5월 집권 초기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했다. 황씨는 현지 간담회에서 “좌파 지식인이 어떻게 보수정권의 순방길에 따라 나섰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진보진영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 냈다. 황씨는 노무현 정부를 향해선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것들을 밀어붙이는 게 어디 좌파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의 진보정당을 향해서는 “노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힐난했다. 남의 나라 전쟁에 파병하는 좌파가 어딨냐고 핏대를 올린 황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도’라고 부르는 걸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쏘공을 썼던 조세희 작가는 낡은 카메라를 들고 2005년 9월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장에서 물대포를 뒤집어썼고, 2009년 1월 용산참사 현장에도 나와 야만의 시대를 질타했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이정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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