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12개 전국 사업소 중 한 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전환배치 관련 면담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사업소 매각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르노삼성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회사 영업본부장이 경영현황 설명회를 했는데 회사가 사업소 폐쇄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매각에 이어 한국지엠도 부평 부품최적화물류센터(LOC)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완성차업계에 ‘부지 매각’ 바람이 불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부지 매각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의 구조적 취약점, 코로나19로 드러나

완성차 수출 감소 폭은 심각한 상황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자동차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5월 국내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6% 감소해 9만5천400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해외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완성차 판매도 위축됐다. 수년간 적자를 본 중견 완성차업체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사태를 통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구조적 취약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건준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기획실장은 “현대·기아차는 독립적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부품공급망) 생태계가 구축돼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기업인 쌍용차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도 올해 초 출시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부품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을 원활히 하지 못했다.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공장 가동률이 70~80%로 떨어졌다”며 “필리핀에서 수입하는 부품 공급에 (코로나19로) 문제가 생겼기 때문”라고 밝힌 바 있다.

외투기업 3사가 모기업 경영전략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 기획실장은 “생산공장을 키울 것인지, 줄일 것인지는 모기업 결정에 달려 있다”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지위가 (매력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현실화하나

노동계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 다음 수순을 인건비 절감이라고 보고 불안해하고 있다. 부지매각이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노조 관계자는 “사업소 매각은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해지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비정규직부터 구조조정 손길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관계자는 “LOC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에 대해선 회사가 수평이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며 “2018년 이후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이미 구조조정은 현실화한 셈”이라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다음 수순은 인건비 절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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