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국회 담장 밖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한국경총·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노동부가 지난달 28일 노조법 개정안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것으로,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모두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국제노동기준을 이행하는 입법이 아니라 역행하는 입법”이라며 “정부는 낡은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공노총도 “쟁의권과 단체교섭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노동 1.5권’에 불과한 껍데기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재계는 “정부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하고 사용자 대응권은 미약해 노조로 힘이 쏠리는 노사관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는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정부가 신속한 법안처리를 위해 20대 국회 폐회 직전 입법예고 카드를 던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힘들게 마련한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것은 입법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ILO 기본협약 비준이 분명한 과제인 만큼 빨리 처리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시점에 무슨 노조법 개정과 ILO 기본협약 비준이냐”며 입법논의 시작을 반대하고, 노동계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법안"이라며 정부 입법예고안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국회 밖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표명했다”며 “이제 국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조정을 통해 입법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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