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법률구조공단노조가 10일 오전 한국노총에서 직장내 갑질 가해자 징계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법률구조공단이 정작 내부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대한법률구조공단노조(위원장 곽은석)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이 부당 업무지시와 막말을 한 지역 기관장의 직장내 괴롭힘에 면죄부를 줬다”며 “공단이 이 문제를 방치해 해당 기관장이 되레 자신이 피해자라며 보복성 직장내 괴롭힘 신고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단의 A지역지부장이 지난 2월 잇따라 부하 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고 폭언을 했다. 이날 2건의 녹취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2월2일 일요일에 해당 지부장은 세 차례 최하위 직급 부하직원 개인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내가 그렇게 우스워?” “나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네. 징계고 뭐고 각오하고 계속 이렇게들 하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틀 후인 4일에는 지부 상담실에서 직원들이 민원인과 상담 중인 상황에서 “모두 내 지시를 거부하는 거냐. 총장님에게 보고해 전부 징계처분하겠다. 직원들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한번 해보자”고 고함을 쳤다.

노조는 같은달 26일 피해자들을 대리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지부장을 신고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두 달이 흐른 4월21일에서야 공단 내부규정에 따라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심의위원회는 공단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공단이 선임한 외부 전문가 5명이 참가했다. 노조는 “말단 직원인 피해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출석을 포기한 상태에서 가해자의 진술만 듣고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며 “공정성이 훼손된 심의 절차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곽은석 위원장은 “처음부터 공단은 가해자를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며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노조가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한 재심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A지역지부장은 오히려 본인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를 한 직원들을 가해자로 지목해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자신을 집단 따돌림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공단이 오랜 시간 방치하면서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로 둔갑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내부 갑질과 괴롭힘도 해결 못하는 공단이 과연 서민들의 법률지킴이가 될 자격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공단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심의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 전원이 A지역지부장 언행의 부적절함을 지적했으나 일회성에 그친 점 등을 들어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의결한 것”이라며 “해당 지부장의 언사가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공단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비롯해 지침과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감사실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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