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당연히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휴게시간에 대해 사용자는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 근로시간 문제는 임금과 더불어 가장 고전적인 노동법의 주제다. 그러나 파도 파도 모르겠는 것이 바로 이 근로시간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한 상담이 들어온다. 이런 내용이다.

“저는 요양보호사인데 점심시간에도 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 수도 없고, 환자분들을 지켜보면서 요양원 내에서 밥을 먹습니다. 물론 밥을 먹다가도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야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저의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저는 경비원으로 일하는데 야간에 2시간씩을 회사가 수면시간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비실에 별도의 수면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 경우 저의 수면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저희는 업무 특성상 비상상황에 대비해 돌아가면서 야간과 주말에 대기근무를 섭니다. 비상상황이 발생해 실제 출장을 나가는 경우에는 임금을 지급하지만 대기하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는 소정의 대기수당을 지급할 뿐입니다. 부당한 것이 아닌가요?”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50조(근로시간)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1항 및 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54조(휴게) ①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②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위 규정에서 보듯이 근로기준법은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간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만으로 구분하고 있다. 중간은 없다. 특히 근로기준법 50조3항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실제 근로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언제라도 사용자의 지휘·명령이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여받고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반대로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아무런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장소적으로도, 시간 활용의 목적으로도 사용자에게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은 채 온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를 휴게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법원 역시 경비원들의 근무 중 취침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별도 취침시간과 취침장소가 없고,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때 즉각 반응하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피고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비원들의 야간 (취침)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12.13.선고 2016다243078 판결).

앞서 요양보호사·경비원·대기근무 노동자 모두 점심식사시간 동안, 취침시간 동안, 대기근무시간 동안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활용할 수 없었다. 언제라도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즉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하에 두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계약은 곧 해당 노동자의 시간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구매한 시간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가는 지불하기 싫으면서 업무 특성을 내세우고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앞세우는 사용자 태도는 도둑놈 심보다. 요즘 유행하는 ‘둘째이모 김다비’의 <주라주라>라는 노래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내 가족은 집에 있다. 나를 내 가족과 함께 온전히 집에서 쉬게 해 주든지, 나에게 내 가족과 살아갈 임금을 지급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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