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지난 4월29일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업재해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화재예방과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단기대책을 우선 수립·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재예방조치 실제 권한을 가진 원청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더불어민주당 노동현장 대형 안전사고 방지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혜숙)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천 냉동창고 사고화재 원인조사 경과와 제도개선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했다. 지난달 20일에 이은 두 번째 간담회다.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에 공기단축 압박
발제를 한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천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먼저 설명했다.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꼽혔던 인화성 유증기에 의한 폭발·화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상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지하로 떨어져 비닐 등 인화성 물질을 태워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냉동창고 건설 발주자인 한익스프레스가 공사기간을 앞당기려 시공사 등을 독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익스프레스와 공사 계획·감리를 맡은 전인CM건축사사무소가 맺은 계약서에는 “공사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여당에 제안했다. 그는 “물류창고 건설현장은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확산하기 때문에 응급처방이 필요하다”며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화재예방과 화재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모든 공간에 비상경보장치·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임시소방시설 관련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 피난계단은 반드시 개방해 놓고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제 이번 이천 참사에서 외부계단으로 탈출한 노동자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년 원내대표
“재발방지책 입법으로 이어지게 뒷받침”
발제 후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는 건설업 산재사망사고를 근절할 근본대책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 대상을 사업주로 명시하고 원청을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주에게는 징역·벌금을, 법인에는 매출을 기준으로 많은 벌금을 내도록 하자는 얘기다. 박 이사장은 “발주처가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산재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며 “이런 형태의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전혜숙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유능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며 “안전보건공단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안전한 세상을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간담회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서는 모범일지 몰라도 노동자 10만명당 산재 사망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아 노동안전 분야에서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노동안전특위가 이천 화재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개선책이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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