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시민사회가 폐자재 처리업체에서 작업 중 숨진 20대 노동자 고 김재순씨 사고와 관련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업체가 수십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4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재사망 사고 진상조사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장애인증명서상 지적장애 정도가 심했지만, 업체는 위험성이 큰 수지 파쇄기 사전 가동·점검 작업을 혼자서 수행하는 것을 묵인·지시했다. 수지 파쇄기는 제어판 문이 닫힌 채 잠겨 있어야 하고 제어판 열쇠와 키 스위치용 열쇠는 담당자가 보관하고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제어판이 개방돼 있고 키가 꽂혀 있어서 누구나 가동이 가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2인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작업 전 사전조사와 그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도 준수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사고 당시 고인과 짝을 이룬 사람이 있었다면 고인이 수지 파쇄기로 떨어진 직후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지 파쇄기 투입구에 덮개나 작업발판·파쇄기 작동 리모컨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공단의 ‘파쇄기의 방호조치에 관한 기술지침’은 파쇄기 투입부에 덮개를 설치하고, 추락방지 조치가 있는 비계형 작업발판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대책위는 “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몰려 사고를 당했다”며 “2인1조 작업 원칙, 작업 전 사전조사와 그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 관리자의 유해위험 요인 제거 의무 이행, 안전장치 설치 같은 원칙 중 하나라도 지켜졌다면 고인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광주노동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지역 동종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도 함께하자고 요구했다.

고인은 지난달 22일 오전 광주의 폐자재 처리업체에서 혼자서 일하던 중 폐수지 파쇄기계에 끼여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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