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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거짓말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초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말하면서, 정치권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 가장 인기있는 의제가 됐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의 지도급 인사들, 국회의원, 시장, 이 분야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앞다퉈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 내용은 모호하거나 상충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아플 때 건강보험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일하지 못하게 됐을 때 소득을 벌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문제의식으로 수렴하는 듯하다.

그러나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건강보험은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에게 (자해가 아니라면) 그 질병·부상의 원인을 묻지 않는다. 반면 고용보험은 실업을 했다고 누구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비자발적 이직’, 즉 계속 일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계약기간 만료·폐업으로 일할 수 없게 됐을 때 적용된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헌법 32조가 선언한 ‘근로의 권리’가 사용자 측의 의사로 실현되지 못했을 때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이를 보충하는 것이 고용보험 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연간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업무상재해로 사망하고 매일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산재를 당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끔찍한 수치도 산업재해로 ‘신고’된 규모일 뿐, 은폐되는 산재 규모는 파악조차 안 된다.

화물차 기사의 예를 보자. 대부분이 자기가 구입한 화물차를 운수업체에 ‘지입’한 특수고용 노동자라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화물차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는 비율은 일반 노동자의 6.7배에 달하지만, 이들이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면 산재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처리된다. 즉, 화물차 노동자들의 노무를 통해 이윤을 얻는 기업들은 이들의 산재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들이 나눠 낸 건강보험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환경노동위원회는 특수고용을 포함한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의결 법안을 폐기시켰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들이 “우리가 왜 개인사업주인 사람들의 보험료를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란다. 언론에는 연일 보험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기사로 쏟아져 나온다. 보험모집인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면 인건비가 상승해 저실적 보험설계사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 마케팅도 서슴치 않는다. 뒤집어 보면 그동안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만들어서 사용자가 전가할 수 있었던 책임과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 된다.

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이라면서, 특수고용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특례규정이 적용되는 9개 직종에 대해서만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하나의 사업주에게 전속돼 있는 특수고용 중에서도 시행령으로 정한 직종에게만 적용된다. 예를 들면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하나의 프로그램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사람만 적용을 받고, 일감을 얻기 위해 2개 프로그램사 앱을 활용하면 적용을 못 받는다. 그래서 현재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대리운전기사는 전국에 10명 남짓이다.

2개 프로그램사로부터 일감을 구하는 대리운전기사는 과연 ‘개인사업자’인가? 먹고 살 정도의 일감을 구하기 위해 계속 직업소개소에 등록을 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에 더 가까울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일감을 구하지 못해도 프로그램 사용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야만 한다. 프로그램업체는 대리운전기사가 일을 못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노동자는 인력알선업체에 계속 돈을 내야 하는 꼴이다.

그래서 고용보험위원회는 2018년 전속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고, 그 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안까지도 법안으로 만들었다. 2018년 노사정 사회적 타협의 내용은 무시하고, 도로 전속성 있는 특수고용직만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전 국민 고용보험제’ 추진방안은 그래서 거짓말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윤애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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