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혹서기, 코로나19 사업장 방역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더운 여름을 맞아 1인당 작업량 감소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는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곧 다가올 혹서기에 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을 수립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무더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폭염연구센터의 지난 4월 ‘2020년 여름철 폭염 전망’에 따르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50% 이상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2020년이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74.7%에 달하며, 가장 더웠던 5개 연도 안에 포함될 가능성은 99.9%라고 4월에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혹서기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집배노동자들은 산소부족을 우려했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의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가 2017년 부산·경남 지역 집배노동자 138명을 설문조사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노동자들의 작업 시 평균 심장박동은 분당 105회였다. 일반 남성의 60~80회와 차이가 크다. 건설기계제조(92회)·중공업(102회)·주물 작업(94회) 노동자보다 높다.

침방울을 포함한 비말을 차단할 수 있는 KF80·KF94 마스크는 산소투과율이 낮아 숨쉬기가 어렵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여름에는 마스크를 끼고 일하기 불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조리실 노동자들은 더위를 걱정했다.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연기된 학교는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방학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방학이 사라져가는 상황이라, 가장 더운 여름에 조리실 노동자들이 숨쉬기도 어려운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해 6월 학교급식 종사자 1천3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6%가 급식실 업무 중 열기로 두통·현기증·구토·쓰러짐을 경험했다. 노동자 폭염 대책은 없거나(58.2%), 물 마시기(26.9%) 정도에 불과하다.

노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1인당 작업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1인당 작업량을 축소하라고 사업주를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