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기업이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켜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법원에 가면 고작 벌금 몇 푼을 내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진 사법부의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오후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기준은 2016년 제정됐다. 그런데 독립범죄군으로 설정되지 않고 과실치사상범죄군으로 묶여 있다.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 양형기준은 감경 4~10개월, 가중 1~3년인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감경 4~10개월, 가중 10개월~3년6개월에 해당한다. 법정형(7년 이하 징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 결과 2013~2017년 산재 상해·사망 사건의 형량은 징역·금고형이 86명(2.93%)에 그쳤고 대부분 집행유예(981명)나 벌금형(1천679명) 처분으로 끝난다. 벌금형의 경우 기업 관계자는 420만원, 기업 법인은 448만원 수준이다.

이 장관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가 매우 엄중해져 대량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별도 범죄군으로 다뤄지면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이나 작업중지 미이행 같은 세부 범죄유형에 대한 각각의 기준도 정할 수 있어 형량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시 벌금형 양형기준도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해 현재 기업(법인)에 대한 제재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하다. 특히 올해 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법인 벌금형을 종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10배 상향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 입장이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데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국민과 전문가 지적이 있다”며 “대형 인명사고나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에는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경각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7기 양형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기준을 논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양형위원회는 형사재판에서 판사의 재량으로 형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관해 구체적인 기준과 한계를 정하는 독립기구로 임기는 2년이다. 지난해 4월 출범한 7기 양형위원회는 김영란 위원장 외 법관(5명), 검사(2명), 변호사(2명), 법학교수(2명), 학식·경험이 있는 위원(2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임기는 내년 4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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