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운전노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리운전기사에게 대리운전업체가 콜 할당량을 부여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바나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6개 대리운전 업체가 모인 로지연합이 지난 2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수도권 우선배차 제도를 이날 재개했다. 수도권 우선배차 제도는 대리운전 수요가 몰리는 일명 ‘피크’ 시간대에 일정 콜수나 목표금액을 지정해, 해당 목표를 채우는 기사들에게 다음날 우선 배차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평일(월~목)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2콜 이상 혹은 4만원 이상”이라는 목표를 채운 대리운전기사는 해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기사보다 먼저 콜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콜은 고객이 있는 장소에서 반경 300·600·900미터 내에 있는 기사들에게 순차적으로 공개되는데 우선배차권이 없으면 이를 볼 수 없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목표를 채울 수밖에 없다. 대리운전기사가 콜 할당량을 ‘숙제’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3년차 대리운전기사 ㄱ씨는 “숙제를 하려고 기를 쓰는데 잘 되지 않는 경우 무리를 하게 된다”며 “얼마만큼 일할지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니 동료들은 서로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단독배정권’을 손에 쥐고 사실상 콜 수행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02시에 4콜 타면, 단독배정권 3개 지급”과 같은 상시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 유료서비스에 가입하면 매일 단독배정권 2개를 지급한다. 노조는 “단독배정권이 없으면 주변 기사들에 비해 후순위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어 배차 제한을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두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고, 2일 분쟁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가 발표한 심사지침에는 “과도한 콜 수행 횟수 같은 목표를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배치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등 계약해지에 준하는 제재를 가하는 행위”를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의 예로 들었다.

<매일노동뉴스>는 로지연합에 관련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단독배정권은 프로서비스에 가입하는 기사들께 제공되는 혜택이나, 일반 무료 기사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피크타임에 일정 숫자 이상의 콜을 운행한 기사께 이벤트 형태로 제공해 왔다”며 “이는 기존 서비스 이용권을 제약하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제공된 혜택에 해당하며, 공정거래위 개정안의 ‘목표를 부과하여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일방적 해지·제한하는 것’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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