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선사 하청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없는 삶인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병재(57)씨는 지난달 28일 50미터 철탑 위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본지 5월29일자 8면 ‘50미터 철탑 오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참조> 강씨가 일하던 하청업체가 30일 폐업하며 강씨도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는 1일 오후 사내 옥포조선소 1도크 조명탑에서 농성중인 강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강씨의 고공농성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1년 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 잃어 대우조선해양 남문 근처 송전탑에 올라 88일을 버텼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원직복직에 합의해 땅으로 내려왔지만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2015년 4월 두 번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70미터 높이 사내크레인에 올라 165일간의 농성 끝에 복직을 이뤄 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일자리를 또다시 잃게 될 상황이다. 강씨가 소속된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ㅅ사 폐업이 원청의 ‘업체 솎아 내기’로 하청업체 수를 줄여 나가는 작업의 시작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씨도 “ㅅ사는 시작일 뿐 앞으로 (폐업과 이에 따른 해고가) 확대될 게 뻔하다”며 고공농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쫓겨나면 저는 3년간 일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고공농성이지만 하늘집 생활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강씨가 생활하는 조명탑 내부 공간은 곳곳에 철골이 튀어나와 있어 170센티미터 키의 강씨가 몸을 곧추세워 일어서기도, 일자로 눕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난달 30일과 1일에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강씨는 “침낭을 비닐로 감싸도 습기가 차고 결국에는 다 젖어 버린다”며 “밑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올라오고 나니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시 고공농성을 하는 이유에 대해 강씨는 “그나마 사회에 (하청노동자의 어려움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며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싸움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회는 이날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이 솎아 내기식 업체폐업으로 하청노동자를 대량해고하고 있다”며 원청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을 언급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감이 줄면서 같이 일하는 협력사 인력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협력사 고용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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