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고용승계 책임을 요구하며 50미터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하청업체 폐업? 사실상 원청의 구조조정·해고”

28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2도크 전기의장 하청업체 ㅅ사 노동자이자 지회 대의원인 강병재(57)씨는 이날 새벽 2시께 대우조선해양의 50미터 높이 철탑(1도크 서편 도크게이트)에 올랐다. ㅅ사가 이달 30일부로 폐업한다고 예고하면서다. ㅅ사가 폐업하면 강 대의원을 포함한 7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강병재 대의원의 고공농성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에도 하청업체 폐업으로 사실상 해고돼 고공농성을 했다. 강 대의원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고용승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고공농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는 ㅅ사 폐업과 관련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하청업체가 적자로 폐업을 하는 경우에는 다른 업체가 와서 기존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했다”며 “그런데 이번엔 2도크 전기의장 하청업체 세 곳 중 한 곳이 폐업을 예고했지만 새로운 하청업체가 온다는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일을 하는 3개 하청업체 중 하나를 없애는 식으로 인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업황이 계속 어려울 것 같으니 원청이 이런 식으로 하청업체를 폐업해서 간접적으로 대량해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ㅅ사 폐업은 대우조선해양 대량해고 신호탄”

지회는 원청이 ㅅ사 폐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근거로 ㅅ사 대표의 과거 발언을 제시했다. 지회에 따르면 ㅅ사 대표는 지난해 노사협의회에서 “원청 대우조선이 ㅈ도크 전기의장 업체 3개 중에 1개를 줄이려고 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ㅅ사 대표가 노사협의회 노동자대표에게 폐업을 통보할 때도 “대우조선해양의 심사 결과 ㅅ사가 폐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고 지회는 주장했다. 지회는 “ㅅ사는 자체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필요에 따라 폐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회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경기가 좋지 않아 일이 줄었다면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원청은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원청 정규직은 그대로 두고 하청업체 폐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고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노동계는 동종업체 중 하나씩 줄이는 ‘하청업체 솎아 내기’ 방식의 폐업이 해양플랜트 업계에서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6월이나 7월 해양플랜트쪽 하청업체 10개를 줄인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실화하면 3천명가량의 하청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측은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고만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