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한국노총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노총은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책협약을 맺은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 실천단 의원들과 함께 최고경영자 처벌 명문화와 기업 매출액의 일정범위에서 벌금을 부과하고 중대재해 책임을 소홀히 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과 법 제정 방침

한국노총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1차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명구 을지대 교수(보건환경안전학), 전승태 한국경총 산업안전팀장, 임영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고 실질적인 산재 감소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포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함께 중대재해 관련 사법부의 양형기준에 논의 초점이 맞춰졌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재발을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양형을 높여 줄 것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요구한 상태다. 조만간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양형위원회측을 만나 다시 한번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됐지만 사법부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중 실형을 받은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90.7%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죗값을 다했다. 문제는 벌금형도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높다. 2008년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경우 노동자 40명이 숨졌는데 원청업체 대표는 벌금 2천만원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법원은 벌금형의 경우 양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사정 한자리 … 경총, 최고경영자 형사책임 반대

전형배 교수는 “사법부가 모든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공개하기 어렵다면 중대재해나 성범죄부터라도 양형기준을 공개하고 국민이 수긍하는 판결을 내길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최고경영자가 구체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보건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승태 산업안전팀장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표이사나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신설됐지만 명확하지 않아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경중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양형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미 산재예방정책과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가습기 살균제 같은 포괄적인 안전문제를 다룰 것인지 아니면 산업재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2차 포럼을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법리적 검토를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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