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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사과문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제야 읽었다. 벌써 20일 전에 발표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이다. 지난 6일 TV 뉴스에서 이재용이 무노조 경영을 포함한 삼성의 노사관계 등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사과문 전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뉴스는 이재용이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고, 무노조 경영을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말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보도했다. 삼성에버랜드·삼성SDS·전환사채·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합병…. 아버지 이건희에게서 삼성을 승계받기 위해서 했던 각종 불법과 편법에 대해 이재용은 자신의 자식에게는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승계 과정에서 자신이 했던 행위를 이실직고하고서 그걸 사과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시인도 없이 무얼 사과한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없이 자식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를 않겠다는 것이 사과의 주된 내용이라니 사과라고 이해하기 어렵다. 법대로 상속세를 납부하면서 적법하게 승계한다면, 그가 아버지에게서 삼성 경영권을 승계받거나 그가 자식에게 승계를 하거나 말거나 나는 별 관심이 없다. 이재용의 자식이니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삼성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의 사과문에서 창업주 이병철의 유지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에 관해 그가 한 사과를 관심을 두고 읽었다.

2.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사과문에서 밝힌 이재용의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의 전부다. 이 노사문제에 대한 이재용의 입장문은 사과와 약속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하고, 더는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면, 이재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한 것인가.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고 보기에는 도대체가 시대가 어떻게 변했다는 것이고, 그 변화에 따르지 못해서 무슨 잘못을 저지렀다는 것인지 하나도 말해 주고 있지 않다. 그러니 그것이 사과의 말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재용은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그가 책임을 통감하는 대상은 분명하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활동에 관한 탄압과 회유 등 삼성이 자행해 왔던 행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인지, 많은 임직원들이 노조활동 탄압행위를 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삼성 부회장으로서 많은 임직원들과 함께 노조활동 탄압행위를 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무엇에 대해 이재용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일까. 나는 읽어 보고 다시 읽어 봤다. 그러고서 마침내 깨달았다. 사과문에 쓴 대로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이재용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지 않았다면 이재용은 삼성에서 노조활동 탄압행위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지 않았을 게다. 물론 이재용은 이렇게 책임을 통감하는 것 말고, 사과도 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이재용은 말했다. 그동안 삼성 자본이 노조활동을 탄압해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면 보다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삼성의 경영자로서 이재용 사과의 진심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 그의 사과가 진심이기 위해서는 삼성이 노조문제로 상처를 입힌 데 대해서, 구체적으로 노조활동 탄압에 대해서 그 피해를 배상하는 등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없다. 이상과 같이 나는 이재용의 사과의 말을 모호하게 읽고서 삼성에서 노조활동에 관한 그의 약속을 읽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삼성에서 “노사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삼성이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한 것인가. 나는 다시 읽었다. 본래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은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노조 없는 경영을 하겠다는 말은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창업주 이병철의 삼성에서부터 거룩한 경영원칙인 양 공공연히 받들어 왔다. 이 대한민국에서는 노사관계법령을 준수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사용자의 일이고, 그걸 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불법과 범죄로 규정돼 사용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이재용은 삼성이 사용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을 준수하겠다는 말을 삼성 경영권자로서 이재용은 사과로 바꿔서 말했을 뿐이다. 이처럼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과의 말로 한 것이라면, 삼성에서 “노사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행동을 하면 된다. 예를 들면 무노조 경영방침에 따라 삼성에서 행해진 노조탄압 사례를 삼성 전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고, 노사협의회와 어용노조의 활동이 아니라 사용자의 간섭 없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활동에 관해 삼성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이 나라에서 대표적인 민주노조 활동가들이 사업장 내 교육선전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창업주로부터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 왔던 삼성이기에, 무노조 경영을 철저히 부정하기 위한 행동이 없이는 사용자를 상대로 자주적으로 교섭하고 때로는 투쟁해야 하는 노조의 활동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렵다. 이는 삼성노동자들은 물론, 이재용조차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구체적인 행동이 없이 삼성에서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은, 자칫 노사화합과 상생을 내세운 자주적이지 않은 노사협의회나 어용노조를 통해 삼성에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3. 이재용의 사과문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의 권고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함으로써 형량이 높아질 처지에서 파기환송심인 고등법원 재판부의 권고에 따라 삼성은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던 것인데, 그 위원회는 지난 3월11일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전자 등 7개 관계사에 권고문을 보냈다.

권고문에서는 ‘노동’관련 의제와 관련해 위원회는 “노사가 모두 노동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이 거시적 관점에서 오히려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에서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사과 △노동관련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의 재발방지 방안을 노사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약속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에 관해서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표명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 권고문을 보면 이재용 등 삼성 사용자들에 대한 노동관련 권고로는 많이 미흡하다. 그동안 삼성에서 자행한 노조탄압에 관한 반성과 삼성에서 노조 활동 보장을 위한 사용자에 대한 권고를 제대로 담아 내고 있지 못했다. 그동안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에 대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한 형량 감경을 위한 삼성의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재판 결과와 준법감시위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 행동을 통해 그 비난이 타당한 것인지 여부가 판명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위 권고문과 이재용의 사과문을 비교해 보면 이재용의 사과가 노동의제에 관한 준법감시위의 권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고문 중 몇 개 단어만을 취사선택해서 사과했을 뿐이다.

4. 이렇게 이재용의 사과문을 읽어 끄적거리고 보니, 삼성에서 노조활동을 마치 이재용 등 삼성 사용자가 보장해 주는 것인 양 쓰고 말았다. 다른 사업장들처럼 삼성에서 노조활동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 아무리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고,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해도, 노동자들 스스로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해 나갈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재용이 사과문에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상, 이제 삼성에서 노조활동은 노동자들의 몫이라고 말해야 한다. 삼성의 경영권자 이재용이 “노사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한다”고 약속했고, 그것이 이행된다면 삼성에서 무노조인 것이 더는 노조 탄압 탓이라고 변명할 수도 없다. 물론 아직 어떻게 노조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행동은 없고, 진심으로 삼성에서 보장될 것인지 아직 믿음도 없다. 그렇다고 사용자만 지켜보고 노동자가 노조활동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은 재판부에 바치는 피고인 이재용의 자료 ‘사과문’의 문구로만 남게 될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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