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금속노조·참여연대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탄압은 노동부·경찰 같은 관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불법파견 면죄부를 주고 난 이후 훨씬 더 가혹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는 이날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 항소심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현옥 전 차관과 권혁태 전 청장은 노동부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감독할 때 삼성에 유리하게 감독 결과를 바꾸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지난해 8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차관의 경우 “삼성과 유착해서 이뤄진 직권행사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권 전 청장이 “불법파견이 아니다”는 의견을 지방관서에 이메일로 보낸 것에 대해서는 “개인자격으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봤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항소심 쟁점은 삼성전자서비스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상태에서, 당시 노동부가 이 사안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당한 처리를 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삼성 고위급 임원들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재판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합법도급’이 아닌 ‘불법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내용상 문제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피감독기관과 감독기관이 만난다는 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차관은 삼성그룹 인사와 접촉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요소를 없앨 수 있는 ‘개선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노동·시민단체는 권 전 청장이 서울지노위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인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지노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 상임위원은 지난해 9월30일부터 올해 4월13일까지 심판 사건 409건, 차별시정 사건 1건을 포함해 총 410건을 담당했다.
노동부는 참여연대가 보낸 질의서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2018년 11월20일자로 직위해제됐으며 1심 무죄판결에 따라 지난해 9월30일자로 해당 직위에 임명됐다”며 “검찰 기소 당시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