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노동·시민단체가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엄중 처벌을 법원에 촉구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참여연대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탄압은 노동부·경찰 같은 관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불법파견 면죄부를 주고 난 이후 훨씬 더 가혹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는 이날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 항소심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현옥 전 차관과 권혁태 전 청장은 노동부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감독할 때 삼성에 유리하게 감독 결과를 바꾸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지난해 8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차관의 경우 “삼성과 유착해서 이뤄진 직권행사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권 전 청장이 “불법파견이 아니다”는 의견을 지방관서에 이메일로 보낸 것에 대해서는 “개인자격으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봤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항소심 쟁점은 삼성전자서비스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상태에서, 당시 노동부가 이 사안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당한 처리를 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삼성 고위급 임원들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재판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합법도급’이 아닌 ‘불법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내용상 문제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피감독기관과 감독기관이 만난다는 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차관은 삼성그룹 인사와 접촉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요소를 없앨 수 있는 ‘개선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노동·시민단체는 권 전 청장이 서울지노위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인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지노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 상임위원은 지난해 9월30일부터 올해 4월13일까지 심판 사건 409건, 차별시정 사건 1건을 포함해 총 410건을 담당했다.

노동부는 참여연대가 보낸 질의서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2018년 11월20일자로 직위해제됐으며 1심 무죄판결에 따라 지난해 9월30일자로 해당 직위에 임명됐다”며 “검찰 기소 당시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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