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노련 주최로 지난해 12월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 교대근무 실태와 대안' 토론회. 조사 결과 교대근무 탓에 수면장애를 겪는 간호사가 23%를 넘었다. 정기훈 기자

취업자 10명 중 1명은 야간시간대에 최소 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 건강을 지키고, 사회 구성원의 건강악화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에는 야간노동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 근무로 규정돼 있는데,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야간노동 확산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노동연구원 서비스업 야간노동 주제로 연구보고서 발표


25일 한국노동연구원은 5월호 월간 노동리뷰에 서비스업 야간노동을 주제로 여러 편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24시간 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율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최적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야간노동을 도입하며 노동자의 시간을 소유하려 했던 기업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제조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한 교대제 운영에서, 최근에는 물류산업에서 야간노동을 확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야간노동을 금지하거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식의 규제장치가 없다. 야간노동에 가산임금을 주도록 하는 간접통제 장치를 두고 있지만 획기적으로 규제하지는 못한다. 규제장치의 부재는 밤에도 일하는 사회를 낳았다.

노동연구원은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야간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를 분석했다. 노동연구원은 조사에서 밤 10시에서 다음날 새벽 5시 사이 최소 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밤 근무’로 규정했다. 취업자 중 밤 근무를 하는 비율은 2017년 기준 10.0%다. 임금노동자(9.8%)보다 특수고용직·자영업자 등을 포괄하는 비임금노동자(10.7%)의 밤 근무 비율이 높았다.

야간에 일하는 사람은 주간에 일하는 사람에 비해 노동시간도 더 길었다. 임금노동자 중 밤 근무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 낮 근무자는 8시간이다. 자영업자의 밤·낮 근무시간은 각각 9.7시간과 7.9시간이다. 야간에 일하는 임금노동자·자영업자 모두 매일 10시간가량 일한다는 얘기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야간노동을 우리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노동과 이익·편리를 위해 강요되는 노동 두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전자는 간호사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후자는 야간 배송기사를 꼽을 수 있다. 노동연구원은 두 직종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각각 분석해 특성과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 중 야간근무조는 하루 평균 13.1시간이나 일한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3교대 간호사는 수면 부족에 노출된 비율이 높았고 수면의 질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노동시간이 불규칙해 개인의 삶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새벽·야간배송을 하는 업체인 마켓컬리·쿠팡 배송노동자들은 비슷한 노동조건에서 일한다. 비정규직 쿠팡맨과 특수고용직 마켓컬리 야간배송 기사의 초임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근기법·산업안전보건법에 야간노동 규제 장치 포함해야”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전문가들은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이뤄지는 야간노동을 적절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연속적인 야간노동 제한, 월 단위 야간노동 횟수 제한, 야간노동자 휴식권 보장, 최소 배치인원 의무화, 1인 야간근무 금지를 노동관계법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간호사 보호 방안을 마련할 때는 인력확충 필요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야간노동은 그 위험성 때문에 기업과 시장에 맡겨 둬서는 안 된다”며 “야간노동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유해 요인으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에게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노동자 건강을 위한 사업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에 야간노동시간 상한을 정하고, 야간노동을 하려면 개별적·집단적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수고용직을 야간노동 규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근기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야간노동 연구에는 박제성 연구위원이 ‘소비사회와 야간노동’을, 이승렬 선임연구위원이 ‘통계로 본 야간노동’을, 이정희 연구위원이 ‘야간노동과 단체협약’을, 박종식 전임연구원이 ‘이윤추구형 야간노동’을 주제로 참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