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 꼭 필요한 노동이지만 저평가되는 돌봄 노동의 민낯을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단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아이돌보미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코로나19 이후 벼랑 끝에 몰렸다. 보호자가 대면 돌봄을 우려하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 지원금이 끊긴 어린이집은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고, 권고사직을 가장한 해고를 택했다. 법·제도는 그들을 지켜 주지 못했다.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불안하던 돌봄노동
코로나19로 더 불안해졌다”


서비스연맹과 공공연대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살피고 노동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개학을 연기하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은 “어린이집은 2월27일부터 현재까지 무기한 휴원하고 있다”며 “아동의 퇴소가 증가하고 가정 양육수당 신청이 증가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이 급여 지불능력을 상실해 보육교사들이 무급휴가·연차사용을 강요당하거나 권고사직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3만7천475곳이던 어린이집은 4월 말 3만5천806곳으로 1천669곳이나 줄었다. 한 어린이집당 5명의 보육교사가 근무했다고 가정하면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지원사업 종사자가 가정에 방문해 0세부터 만 12세 아이를 돌보는 아이돌보미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정을 방문하며 제공하는 대면서비스 탓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가정이 늘어나면서다. 권이숙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 서울경기지회장은 “아이돌보미는 원래도 저임금 단시간 노동자로 근무시간이 불안정한 질 낮은 일자리였는데, 코로나19가 심각한 생계위협을 가중시켜 계속 일을 해야 할지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공공연대노조가 지난해 10월 2천238명의 아이돌보미를 조사한 결과 초단시간 근로자는 32.74%나 됐다.

“긴급돌봄, 학교 구성원 갈등 유발?”

학교 개학 연기로 생긴 돌봄 공백을 메우는 초등·유치원 긴급돌봄교실 돌봄노동자들은 생계위기는 운 좋게 피했지만, 업무 분담을 두고 학교 구성원과 갈등을 겪거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강윤정 학교비정규직노조 돌봄분과 경남분과장은 “교육부는 초등 긴급돌봄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면서 모든 학교 교직원이 서로 협력해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그런데 긴급에 ‘돌봄’자가 붙으면서 돌봄교실을 운영하던 돌봄전담사만을 긴급돌봄 주체로 인식해 정규직 교사 참여 여부를 두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유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급돌봄이 돌봄전담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교차근무를 하거나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치원 긴급돌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나아름 학교비정규직노조 유치원방과후대전부분과장에 따르면 임용교사,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직 방과후과정 전담사 등으로 방과후과정 운영인력이 다양한 공립유치원에서는 “긴급돌봄은 방과후과정 기간제·전담사들의 몫”이라며 업무를 강요하기도 한다고 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돌봄 영역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일인데 대부분 민간에 위탁하거나 시간제 등 저임금 노동자 희생에 기반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국가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립유치원의 (긴급)돌봄 문제처럼 돌봄이 제공되는 영역에 다양한 모습의 고용형태가 혼재되다 보니 노동자가 동일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고 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구미영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안전한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시스템 개혁을 의제로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