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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3대 음식 투어
▲ 최재훈 여행작가

피렌체는 기차역부터 시작해서 피렌체를 끼고 도는 아르노강 건너편의 미켈란젤로언덕까지 통째로 관광지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아마도 이 구도심의 안쪽으로는 현지 주민들보다는 지구 곳곳에서 밀려든 관광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나름 비수기라는 한겨울에도 광장은 관광객들이 서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붐비니 성수기인 여름에는 어떨지…. 사실 그 빼곡함과 땀 냄새, 그리고 유독 심한 이탈리아의 담배연기 가득 머금어 텁텁한 공기를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이탈리아 길거리의 담배연기는 상상초월이다. 흡연천국 금연지옥이 따로 없다.)

이런 텁텁함에도 식욕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참 신기하다. 피렌체에 왔으니 피렌체 티본스테이크와 요즘 한국인들에게 핫한 곱창버거를 안 먹어 볼 수는 없는 일. 구글지도로 식당을 찍어 보니 숙소 근처인 산타마리아노벨라광장 옆길에 있는 한 리스토란테가 검색된다. 식당 간판에 리스토란테가 들어가는 집은 제법 비싸고, 격식을 차린 음식이 나오는 곳이다. 그에 비해 트라토리아나 오스테리아라고 적혀 있는 곳은 훨씬 대중적인 식당으로 보면 된다. 트라토리아는 가족들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식당들이 많고, 오스테리아는 좀 더 간단한 음식들이 나오는 곳이 많다고들 하는데 뭐 정확히 구별은 되지 않았다. 어디서든 피자는 피자였고, 파스타는 파스타였다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아는 게 별로 없으니 보이는 것도 신통치 않은가 싶다. 그렇게 구분한다지만 관광지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트라토리아 리스토란테’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관광지 식당은 그냥 관광지 식당이다. 여하튼 이탈리아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리스토란테’에 들어가 메뉴판을 뒤적인다.

이탈리아 메뉴판은 대부분 구성이 비슷하다. 애피타이저에 속하는 안티파스토, 파스타나 리소토·수프 같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프리모피아토, 스테이크 같은 메인 메뉴에 해당하는 세콘도피아토, 우리의 반찬격이라 할 수 있는 콘토르노(샐러드나 감자요리가 여기 속한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인 돌체. 하지만 리스토란테라고 해서 이 메뉴를 순서대로 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 이걸 다 시켰다가는 배는 터지고, 지갑은 탈탈 털리는 비극을 맛보게 될 테니까.

셋이서 식전 와인 한 잔씩에, 파스타와 리조토, 그리고 티본 스테이크를 시킨다. 티본 스테이크는 1인분이 따로 없고, 1킬로그램 단위로 시키게 돼 있다. 격식 있는 식당답게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드디어 갓 구운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가 나왔다. 고기를 지지하고 있는 뼈가 제법 두껍다. 뼈 무게를 빼면 고기 무게는 700그램 정도 되려나. 구워진 정도는 레어로 와서 미디엄 레어로 끝나는 정도다. 레어답게 칼로 썰어 먹기보다는 뜯어먹는 식감에 가깝지만 씹는 맛은 즐겁다. 이 무던한 입맛에는 세계 어디에서 먹든 소고기 맛은 다 같은 소고기 맛. 함께 나온 구운 감자 맛에 더 감탄하고 있는 내 모습은 무엇인지.

다음 목표는 곱창버거. 피렌체는 따지고 보면 소 한 마리를 이리 뜯어먹고, 저리 뜯어먹으며 사는 동네이기도 하다. 가죽은 가죽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과 지갑·공책으로 팔리고, 소고기는 티본스테이크로 한 이름 날리고 있다. 여기에 곱창버거까지 등장해 내장까지 깨끗하게 발라먹고 있는 셈이다. 피렌체 재래시장 안쪽에 자리 잡은 곱창버거집까지 찾아가기는 했지만, 우와~ 줄이 어마어마했다. 그중 절반은 곱창 사랑을 이탈리아에 전파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들이었다. 앉아서 먹을 자리는 당연히 없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남들 먹는 모습을 보며 눈으로 맛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맛집을 대하는 기다림이 내게는 전혀 없는 탓에.

피렌체 맛집 탐방의 마지막 미션은 ‘흑임자 젤라토 먹기’. 흑임자 젤라토 미션은 함께 온 딸아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1일 1젤라토 미션의 결정판이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었다.

다음날 우피치 미술관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한 번에 도는 허리 부러지는 구경을 마치자 온몸이 당충전을 외치는 상태에 이르렀다. 단 것을 절규하는 몸을 이끌고, 흑임자 젤라토를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 다시 한 번 아르노강을 건넌다. 피렌체의 또 다른 명물인 베키오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한 번 꺾어 한 블록쯤 가면 또 다른 다리 옆 모퉁이에 바로 그 젤라토 가게가 나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까 봐 억지로 기대하는 마음을 누른 채 받아든 흑임자 젤라토. 한입 베어 물자, 셋에게서 동시에 와우~ 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을 정도. 당장 한국에 돌아가 흑임자 아이스크림 집을 열고 싶어진다.

이렇게 피렌체 3대 음식 투어는 67%의 성공률로 마무리됐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슈퍼에 들러 피렌체 소고기 한 근을 사서 구워 먹으며 사흘간의 피렌체 여행을 마무리한다. 고기는 역시 집에서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여행작가 (ecocjh@naver.com)

최재훈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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