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 차례 산업재해 불승인 판정을 받았던 삼성반도체 노동자 A씨가 재신청 끝에 업무상질병을 인정받았다.

19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27일 A(46)씨에게 발병한 유방암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 A씨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7년1개월 동안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에서 웨이퍼 가공업무를 하다 퇴직했는데 2007년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한 차례 수술로 유방암이 완치됐지만 2014년 유방암이 또다시 재발했다.

A씨와 반올림은 지난해 1월 유방암 발병에 유기용제 등 반도체공장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산재를 신청했다. A씨는 유방암 발병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야간 교대근무를 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신청 4개월 만인 같은해 5월 A씨의 가족력이 의심된다며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씨보다 두 살 어린 동생 B씨도 유방암에 걸렸다는 이유였다. B씨도 언니와 같이 반도체 노동자로 삼성반도체 기흥·온양공장에서 2년5개월 동안 일한 뒤 유방암에 진단을 받았다. B씨도 언니와 함께 산재를 신청했지만 유사한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동생보다 일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A씨는 지난해 10월 공단에 산재 재신청을 했다. 유전자 검사 자료를 추가했다. 유방암의 유전적 요인으로 거론되는 BRCA1·2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질병판정위는 이를 인정했다. 질병판정위는 “BRCA1·2 검사에서 해당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족력이 없다는 사실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도 “A씨와 B씨에게서 해당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볼 때 가족력으로 유방암이 발병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반올림은 “가족력은 단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인데 산재 불승인의 막강한 근거가 됐다”며 “엄격한 잣대로 피해자들을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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