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삼성디스플레이노조(공동위원장 김정란·이창완)에 따르면 사측은 이달 26일 열릴 예정인 본교섭 상견례를 앞두고 지난 11일 외부 노무법인 소속 공인노무사에게 교섭을 위임했다. 노사는 원활한 단체교섭 진행을 위해 지난달부터 세 차례 실무협의를 했다. 노조측은 교섭위원의 활동시간 보장 등을 담은 단체교섭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사측은 교섭 위임사실을 통보했다.
단체교섭 위임이 불법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에 따르면 노사 모두 단체교섭을 위임할 수 있다. 단체교섭을 위임받는 수임자 자격이나 권한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다. 위임한 측에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상대방에는 위임사실만 통보하면 된다.
문제는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던 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과는 달리 ‘무노조 경영’ 시절 노무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한국경총 등 외부에 위임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서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뒤 교섭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은 경총 관계자 3명을 공동정범으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삼성전자서비스뿐만 아니라 삼성웰스토리도 2018년 한국경총에 교섭을 위임해 노사갈등을 겪었다. 회사의 노동조건을 논의하는 단체교섭을 외부에 위임하면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한계 때문에 교섭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교섭위임을 두고 “교섭해태와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창완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의 노사문화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결국 한낱 쇼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가 기본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협조하지 않아 노측 교섭위원 5명 중 3명은 밤을 꼬박 새워 야간근무를 마치고 교섭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단지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적 바람이 아니라면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직접 단체교섭에 참가하라”고 촉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노조 요구에 따라 진행된 실무협의에 성실하게 응했으며, 앞으로 진행하는 단체교섭도 노동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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