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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삼성공화국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고위 권력자는 좀체 사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제일의 경제권력 소지자인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삼성은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때때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으며, 사회와 소통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잘못은 삼성재벌 구성원들의 부족함 때문이며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 여론에 밀려 “참담한 심정” “책임 통감” 운운하며 사과했다. 그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4조5천억원의 차명계좌 보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도 1966년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국민에게 사과하고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이렇게 삼성재벌 총수들은 곧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과할 당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는 않았다. 이병철 회장은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경영일선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해 놓고 2년 만인 1968년 경영에 복귀했다. 이건희 회장은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실명 전환, 세금 납부 후 보유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했으나 은퇴 약속 2년 뒤 회장에 복귀했다. 전략기획실을 미래전략실로 이름만 바꾼 것 이외에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2017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4조5천억원을 실명전환 없이 차명계좌에서 명의변경으로 고스란히 찾아갔다.

이와 같은 역대 삼성재벌 총수들의 진정성 없는 사과 후 대국민 약속 위반 내지 불이행을 보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이다. ‘호평’을 쏟아 낸 수구보수 언론과 경제매체,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세력을 제하고 대다수 국민이 이 부회장 사과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전례 때문이다.

일부 세력과 대다수 국민 사이의 이런 대조적인 반응은 대한민국 사회가 소수 지배계급과 다수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그들 사이에 제반 현안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견해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문제인 정권의 견해는 어떤가.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무노조 포기 선언이 대한민국의 새 출발을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삼성그룹의 선언을 사법적 회피를 위한 얕은 눈속임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그러면 이 부회장의 사과는 과연 ‘얕은 눈속임’이 결코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 사과문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문제니, 노조 문제니 하는 것들만 들먹이면서 박근혜·최순실에게 430억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뇌물공여와 횡령으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그 죄 때문에 재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사과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이 사과는 진정성이 없고, 뇌물공여죄로 인한 처벌을 면하기 위한 얕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청와대의 평가는 어떤지 궁금하다.

이번 사과는 듣도 보도 못하던 이름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이 있다. 지난 3월11일 삼성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 의제를 경영권 승계·노동·시민사회 소통 세 가지 범주로 정했다. 그러면서 각 의제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30일 이내에 답변하라고 권고했다. 이 날짜를 넘겨서 5월6일에야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이에서 보듯이 이번 사과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준법감시 권고에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또 무엇인가. 이재용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이재용의 뇌물 액수를 36억원으로 축소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한 데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뇌물액을 88억원 보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그런데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준법감시위 설치를 권고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이 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 준법경영을 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또다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려는 꼼수다. 그 꼼수가 재판부의 자발적 의사에서 이뤄진 것인지, 삼성과의 결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힘이 작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괴이한 절차가 불공정한 재판을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의 눈에도 선하다. 뇌물액 86억원으로 인해 5년 이상의 형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집행유예로 풀어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하기 위해 법인에 적용하지만 개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미국식 준법감시제도를 억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뇌물사건 파기환송 재판부에 대해 서울고법에 기피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특검의 기피신청을 기각했고, 특검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법 판결 또한 불공정하기 이를 데 없고, 이제 대법원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대법원은 과연 헌법·법률·법관의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할 것인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204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니, 뭘 기대할 것인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권력 위에 재벌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이재용 부회장 재판 과정을 보면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여야 모두가, 입법부·행정부·사법부 모두가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 면죄부 주기에 공조하고 있다. 이 나라는 실제에 있어서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재벌공화국이고 삼성공화국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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